매일 저녁 거울 앞에 선다.
그리고 얼굴을 찬찬히 살핀다.
혹시 오늘 하루도 욕심이 과하지 않았는지,
앞서 생각하지 않았는지,
책임지지 못할 말을 하지 않았는지.
왜 자꾸 즐거운 생각보다
나의 실수를 먼저 들추게 되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정말 잘 모르겠다......
[배우&화가 임지찬의 「자화상」 중에서]
임지찬 작가의 전시회 팜플렛에서 「자화상」을 읽다가
“정말 잘 모르겠다”는 말 앞에서 멈췄다.
왜 우리는 하루를 돌아볼 때 기뻤던 일보다 잘못한 일을 먼저 떠올릴까.
윤동주의 「참회록」에도 거울이 나온다.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어 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隕石)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거울 속에 나타나온다.....
녹이 낀 거울 앞에서 그는 자신의 얼굴만이 아니라
자신이 살아온 시간까지 돌아본다.
거울을 닦는다고 부끄러움이 사라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흐린 거울을 그대로 두지 않겠다는 마음,
자신이 보지 못했던 것까지 보려는 마음이 그에게 있었으리라.
나도 저녁마다 거울 앞에 선다.
거울 앞에서 오늘의 실수를 헤아리되,
그것으로 나의 하루를 다 판단하지는 않으려 한다.
그리고 더 묻는다.
내 얼굴을 살피느라 오늘 내가 보지 못한 얼굴은 없었는가.
내가 서둘러 지나치는 바람에 미처 보지 못한 얼굴은 없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