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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찬양예배] 2023년 9월 3일 창조절 첫째주일

  • 관리자
  • 2023-09-03 1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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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롬! 오후찬양예배를 기억하고 이 자리에 오신 여러분을 주님의 이름으로 환영합니다. 오늘부터 새로운 절기인 창조절이 시작되었습니다. 창조절은 성령강림절과 대림절 사이에 등장합니다. 그 이름처럼 하나님의 창조 섭리에 감사하고 이를 기억함과 동시에 기후 위기로 무너져가는 아름다운 별 지구를 위험에서 구해야 함을 깨달아야 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어릴 때, 저는 우리나라의 특징 중 하나로 뚜렷한 사계절을 배웠습니다. 그땐 봄이 가면 여름이 오고, 여름이 가면 가을이 오는 게 당연한 거 아니냐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머리가 크고 여러 나라를 다녀보면서 그 당연했던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깨달았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지구가 더워지기 시작하면서, 우리의 사계절이 모호해지고 있습니다. 비의 양을 따져 우기나 건기로 구분하는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봄과 가을이 짧아지고 여름과 겨울이 길어지고 있음을 느끼는 건 저뿐만이 아닐 것입니다. 하나님이 만드신 창조 세계에 사는 우리는 더 이상 이 문제를 간과하면 안 될 것입니다. 그런데 이 문제를 잘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내가 불편해져야 합니다. 그동안 아무렇지 않을 만큼 편하고 자연스럽게 했던 행동들을 멈춰야 합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나만 바뀐다고 뭐가 달라지나?’라며 불편해지기를 거부합니다. 그러면서 지구는 계속 안 좋은 상황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최근 저는 아내의 추천으로 불편한 편의점이라는 소설을 읽었습니다. 제목이 참 특이합니다. 편의점은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필요한 물품을 파는 곳이어서 생긴 이름인데, 그 앞에 불편한이라는 수식어가 있으니 어색합니다. 실제 소설 속에 등장하는 편의점은 불편한이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립니다. 사람들이 많이 찾거나 유행하는 제품은 별로 없고, 흔한 할인 행사도 자주 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주변에 생긴 다른 편의점에 비해 매출이 크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이 편의점에는 따뜻한 사람이 있습니다. 편의점 사장은 직원을 사람답게 대합니다. 도움을 받으면 갚을 줄도 알고, 상대가 누구든 이해하고 배려할 줄 알며, 살필 줄도 압니다. 우연찮은 일로 만난 노숙자를 자기가 운영하는 편의점에 데려와 대접하기도 합니다.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을 것 같지만, 정말 그러기 쉽지 않은 사람입니다. 그가 운영하는 편의점에는 근무하는 직원부터 여러 손님이 오갑니다. 누구도 기억하지 않을 듯한 평범함 속에서도 우리가 미디어에서 보는 소위 진상 손님부터 비행 청소년, 퇴근길에 혼자 술을 즐기는 가장까지 다양한 사람이 등장합니다. 작가는 그들의 이야기를 선입견이나 편견 없이 허투루 쓰지 않고 성실하고 담백한 시선으로 그려냅니다. 무엇보다 왜 편의점이 불편한가에 대해 작가는 정감 있지만 묵직한 이유를 전달합니다. 불편함을 감수함으로써 지켜지는 가치들이 편의점을 오고 가는 사람들, 그 사람들의 고민과 문제를 풀어가며 이들을 조금씩 변화시킵니다. 아까 나만 불편해져서 문제가 해결되겠느냐며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 분들에게 이 소설을 권하고 싶습니다.

 

오늘 우리가 함께 읽은 본문은 여러분에게 이해하기 쉽지 않으면서도 자주 들어본 이야기입니다. 예수님은 포도원과 관련된 이야기를 자주 하셨습니다. 그 이유는 예수님 당시 그 지역에 포도원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당시 유대 이스라엘은 강대국 로마의 지배를 받았습니다. 그 말은 유대 이스라엘 땅의 소유가 로마였다는 말입니다. 그러다 보니 로마에 사는 귀족들이 유대 이스라엘의 땅을 그들의 재산을 불리기 위해 활용했습니다. 당시 포도가 고급 식재료였기에 로마의 귀족들은 식민지 땅인 유대 이스라엘 중에서도 비옥했던 갈릴리 주변에 대규모 농장을 세웠습니다. 결국 땅을 잃고 농사지을 땅이 사라진 유대인들은 포도원에서 일하거나 로마나 헤롯 대왕이 주관하는 대규모 토목공사가 있을 때, 일용직 노동자가 되기도 했습니다. 예수님도 그런 사람 중 하나였습니다. 어쨌든 로마에 의해 땅을 잃은 사람들이 많았고 그래서 당시엔 실업 문제가 심각했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로마에 사는 귀족들의 재산을 늘리기 위해 포도를 대규모로 재배하는 큰 농장 때문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포도원을 소재로 말씀하신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이 말씀하신 포도원은 당시 포도원과는 뭔가 달랐습니다. 포도원의 주인은 일꾼을 고용하기 위해 장터에 나왔습니다. 이른 아침에 품삯으로 한 데나리온을 주기로 하고 일꾼들을 고용했습니다. 그런데, 주인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9, 12시와 오후 3시 그것도 모자라 오후 5시에도 나가 일꾼들을 고용했습니다. 포도원이 얼마나 크기에 이렇게 계속 나가서 많은 사람을 고용할까 싶기도 합니다. 그런데 더 이상한 건 일을 마치고 품삯을 주는 부분입니다. 주인은 맨 나중에 온 사람들부터 품삯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오후 5시부터 일한 일꾼들이 와서 한 데나리온을 받았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일한 일꾼들이 받기로 한 품삯과 같습니다. 이 말을 들은 이른 아침부터 일한 일꾼들은 마음이 설레기 시작합니다. ‘, 그럼 우리는 당연히 더 받겠구나.’ 하는 생각에서입니다. 그런데, 주인은 그들에게도 똑같이 한 데나리온만 주었습니다. 그러자, 이른 아침부터 일한 일꾼들은 불만을 드러냅니다. 어떻게 가장 늦게 일하기 시작한 사람과 이른 아침부터 일한 자기들과 똑같이 대우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그러자, 주인의 대답이 어이없어 기분 나쁠 정도입니다. 그는 일꾼들과 한 데나리온을 약속하지 않았느냐고, 그것이 자기의 뜻이라고 말합니다. 게다가 왜 자기의 결정에 불만을 품느냐고 되묻습니다. 여러분이라면 어떠시겠습니까? 조금 더 감정이입을 해보시죠? 나는 새벽부터 나와 일했는데, 일이 거의 끝날 때쯤부터 일하기 시작한 사람과 같은 임금을 받았다면, 누구라도 불만을 품지 않을까요? 오히려 불만이 없는 사람들이 이상해 보일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예수님의 말씀을 풀기 위한 실마리가 있습니다. 예수님은 하나님 나라를 설명할 때 이런 이야기로 가르치곤 했습니다. 당시 사람들 아니 지금 우리에게도 이해가 안 되는 논리가 적용되는 곳이 하나님 나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오늘 본문의 이전 부분인 19장을 보면, 예수님께 영원한 생명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묻는 젊은이가 나옵니다. 이 젊은이는 계명도 잘 지켜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당시에 율법을 잘 지켰다면 당연히 영원한 생명을 얻을 거라 여겼을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이 그가 가진 것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자기를 따르라고 하자 근심하면서 떠났습니다. 마태복음 기자는 그의 재산이 많았다고 덧붙였습니다. 그가 재산을 어떻게 모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젊은이는 아직 갖지 않은 영원한 생명보다 지금 가진 재산을 포기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우린 우리가 방금 읽었던 말씀 중 3절과 6절에서 빈둥거리는이라는 말과 7절에서 아무도 우리에게 일을 시켜주지 않아서 이러고 있습니다하는 말을 잘 생각해야 합니다. 그들은 일하고 싶어도 하지 못한 것입니다.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새벽 미명 인력시장을 나가보면, 노동자를 찾는 사람들이 큰 차를 몰고 와 일할 사람들을 데려갑니다. 가장 늦은 시간까지 남는 사람이 누굴까요? 신체가 부실하고 힘이 약해 보이는 사람들입니다. 대부분 고령자입니다. 하지만 그들도 먹고살아야 하기에 그 자리에 나온 것입니다. 영원한 생명을 위해서도 젊은이가 포기하지 못한 무엇과 일하고 싶어도 일하지 못한 노동자들의 이유 사이에 연결고리가 있습니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믿는 게 있습니다. 포도원의 이야기에서 우리는 일한 시간이 많은 사람이 더 많은 임금을 받아야 한다고 당연하게생각했습니다. 예수님께 질문했던 젊은이도 율법을 잘 지켰으니 당연히 영원한 생명을 얻을 거라 여겼을 것입니다. 게다가 우리도 젊은이가 많은 재산을 내놓기는 어렵다고 당연하게생각해 예수님을 떠나간 그를 두둔했습니다. ‘당연하다라는 것은 사회가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기준에 맞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왜 이게 하나님 나라와 배치되는 것일까요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것은 내면의 욕망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우리가 쉽고 편하게 여기는 것부터 끊어야 합니다. 플라스틱 소비를 줄여야 하고, 일회용품 사용을 절제해야 하며, 가까운 거리는 걸어야 합니다. 하지만, 욕망을 부추기는 사회는 사람들을 불편하게 놔두지 않습니다. 끊임없이 유혹합니다. 그러니 편한 선택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입니다. 그런데 소설 불편한 편의점에 등장하는 올웨이즈 편의점은 유행 상품과 할인 세일이 없지만, 사장은 편의점 앞에 조그만 파라솔을 만들어 사람들이 쉴 수 있게 하고, 고용 시간을 쪼개 여러 아르바이트를 고용하는 대신 돈이 더 들더라도 오래 일하는 정직원을 두려고 합니다. 사장으로서 직원에게 해야 할 도리를 다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사장의 이익은 적어지지만, 그는 돈이 안 되는 편의점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만약 편의점을 팔게 되면, 직원의 생계가 막막해지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당연하게생각하는 대로 행동하지 않는 사장 주변에 그와 비슷한 사람이 모여들게 됩니다. 거기서부터 작은 변화가 시작됩니다.

 

예수님이 말씀하신 포도원의 이야기도 마찬가지입니다. 노동 시간이 많으니 임금을 더 받아야 한다는 것은 합리적인 이야기처럼 들립니다. 짧은 시간을 일하는 아르바이트생보다는 긴 시간을 일하는 직원이 더 많은 임금을 가져갑니다. 자본주의 사회의 생리는 사람의 욕망을 부추겨 칼 같이 계산하게 만듭니다. 그런데, 몇 년 전에 임금을 주는 방식이 남다른 단체를 본 적이 있습니다. 그곳은 일한 시간을 따지거나 직급이나 경력을 내세우기보다 가족 구성원이 몇 명인지가 더 중요했습니다. 예를 들어, 같이 사는 식구가 배우자 1명인 직원이 한 달에 200만 원을 받는다고 하면 같이 사는 식구가 배우자를 포함해 4명인 직원은 직급과 경력에 상관없이 200만 원보다 더 받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똑같은 시간을 일했는데 누군 가족과 풍성한 삶을 살고 다른 누구는 가족이 많아 쪼들리는 삶을 살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여기엔 사람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있습니다. 노동은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데 필요한 요소지, 사람의 욕망을 채우는 도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이 포도원으로 비유해 말씀하신 하나님 나라는 구약성경의 예언자들이 꿈꾸었던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세상이 아니라 그들이 발 딛고 있는 땅에서 이뤄지는 현실이었습니다. 몇 시간을 일했든지 그들이 먹여 살려야 할 가족이 있다면, 같은 급여를 받는다는 것입니다. 하나님 나라는 노동으로 내 욕망을 채우는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제자들은 예수님의 말씀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 말씀을 마친 뒤에, 야고보와 요한의 어머니가 그들과 함께 와서 예수님이 하나님 나라를 세우면 자기 아들들에게 한자리씩 맡겨달라고 요구합니다. 예수님은 권력을 이용해 사람들 위에 군림하려는 종교 귀족들을 비판하면서 하나님 나라를 설명했는데, 그 제자들은 그 귀족들과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으니 얼마나 답답하셨을까요?

 

오늘 비유 속 숨은 비밀은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았던 예수님의 가르침이었습니다. 비밀은 우리가 모르거나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 있는 게 아니라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에 가려져 있음을 깨닫게 되시길 바랍니다. 예수님은 당시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을 다시 생각해서 제자들이 그것을 당연하지 않다고 생각하길 바랐습니다. 그래서 하나님 나라에 살기를 바랐습니다. 어쩌면 그건 너무 쉬웠습니다. 과도한 욕망을 내려놓고 조금 불편하기를 자처하면 되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을 따르면서도 종교 귀족들이나 바리새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그 같은 욕망을 마음 한가득 품고 있으니 예수님의 하나님 나라가 귀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입니다. 어쩌면 예전보다 더 분화되고 발달한 지금, 예수님의 이야기가 더 뜬금없는 이야기가 됐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분명하게 하나님 나라를 말씀하셨고, 그 이야기는 우리에게 큰 가르침이 되었습니다. 욕망을 내려놓고 하나님 나라를 살 것인가 아니면 욕망을 품고 갖지 못하며 허덕대고 살 것인가의 선택은 이제 오롯이 우리에게 남겨졌습니다. 창조절을 맞아 과연 세상의 주인은 하나님이라 고백하면서, 우리가 주인 행세를 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말씀을 정리하면서 거둠기도를 드리겠습니다.

 

거둠기도 : 이 세상을 아름답게 창조하시고 참 좋았다고 말씀하신 하나님, 오늘 우리는 예수님의 포도원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일한 시간과 상관없이 그가 부양해야 할 보이지 않는 사람들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포도원 주인이 바로 하나님 나라라고 말씀하신 예수님의 가르침을 마음에 품고자 합니다. 비밀은 숨어 있는 게 아니라 우리가 보려하지 않는 곳에 있음을 깨닫게 하시고, 욕망을 위해 살며 그 욕망을 부추기는 사회 속에서 그리스도인이 삶의 방향을 어떻게 선택해야 할지 고민하게 하시고, 그 가운데 하나님이 원하시는 길로 나갈 수 있게 인도하옵소서. 한 주 동안 우리와 함께하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 설교자: 허준혁 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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