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와 관련한 목회서신 3
‘코로나19’이후의 한국교회가 지속가능하려면
사랑하는 한남교회 교우여러분, 함께 예배하며 친교실에서 맛난 식사를 나누던 일들이 너무도 그립습니다.
텅 빈 교회당에서 한남교회 여러분이 앉아 예배드리던 자리들을 기억하면서 기도합니다.
저 자리는 ○○권사님이 앉아 예배하던 자리였는데, 2층의 저 자리는 ◇◇성도님의 앉아 예배하던 자리였는데, 성가대석 저기는 ◴◴집사님, 권사님이 앉아 찬양하던 곳이었는데....두 주간 정도면 잠잠해 지리라 여겼던 ‘코로나19’가 전세계적 전염병(펜데믹)으로 확산하면서 언제 예배를 드릴지 모르는 상황이 전개되어 당황스럽습니다.
그동안 우리가 깨달은 ‘일상의 소중함’과 ‘공동체 예배의 소중함’, ‘교회의 대사회적인 역할’ 등의 각성이 아직 깊지 않음 때문인지도 반성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교회들이 개학일에 맞춰 주일예배를 드릴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 마져도 불확실합니다. 그러자 서서히 ‘종교탄압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교회가 자발적으로 ‘코로나19’의 확산방지를 위해 가정예배로 전환하면서 희생했는데 신천지와 동급으로 여겨지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불만의 소리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개신교회의 일탈적인 행동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되었으니 언제부터 공동예배를 드려야할 지 난감한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제가 이전의 목회서신을 드리면서 ‘코로나19 이전의 교회와 이후의 교회’가 될 것이라는 말씀을 드린바 있습니다.
이제 그것은 예측이 아니라 현실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코로나19’이후 한국교회는 예배의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으면, 심각한 위기 상황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문제는 저희 한남교회와 같은 중소형교회들이 신앙적인 결단을 하고, 올곧은 길을 걸어간다고 할지라도 보통의 교회들과 대형교회들이 ‘코로나19’이전의 예배를 고수하고 강행한다면, 한국교회는 몰락의 길을 걸어갈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당연히, 저희 교회도 한 통속으로 비난의 손가락질을 받게 될 것입니다.
한국의 개신교인이 25%라고 합니다.
주일예배의 출석률을 감안하면 일주일에 1,000만 명 정도가 모여 예배를 드립니다.
이렇게 많은 숫자가 예배를 드리는 데 아무런 대안도 없이, 기존의 예배 패러다임을 그대로 고수하면서 예배한다면 교회는 ‘전염병의 확산지’가 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우리는 지금 한 달여 공동예배를 드리지 못하면서 힘겨워하지만, 만일 예배가 재개된 후, 몇몇 교회에서라도 집단감염 사례가 발생한다면 지금보다도 더 어려운 시기를 보낼 수도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겪는 아픔의 몇 배나 더 큰 아픔을 감내해야 할 수도 있으며, 더 나아가서는 신천지 사교집단과 다르지 않은 집단으로 매도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지금의 상황은 단순히 주일예배를 재개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교회가 지속가능할 것이냐, 몰락의 길을 갈 것이냐의 중요한 기로에 서 있는 위중한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교회가 소금과 빛이라는 사회성을 잃어버리난 순간 ‘길에 버리워져 밟히는 소금’과 다를 바 없는 신세로 전락할 것입니다. 지금은 개신교인 25%를 제외한 나머지 75%가 교회를 어떤 눈으로 바라볼 것인가를 생각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이것은 그들의 눈치를 봐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만일, 교회가 전염병의 촉매자 역할을 한다고 인식된다면, 비기독교인 75%는 물론이고, 개신교 25% 중에서도 교회를 이탈하는 숫자가 늘어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이탈자는 주로 젊은 층이 될 것입니다. 아무 일 없이 일상이 전개되던 때에도 젊은 층들이 교회를 등지는 현상이 일어나면서 한국교회는 노년교회가 되었습니다. 단지 고령화 사회가 가져온 현상이 아니라, 교회가 젊은이들에 대한 이해부족과 부정적인 의미에서의 보수적인 신앙행태 때문이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전통과 율법’에 옭아매고, 재해석하는 노력을 등한시함으로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비전을 주는 교회가 아니라 고리타분한 교회가 되었기에 자라나는 세대가 교회를 떠났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단지 그리움으로, 낭만적인 생각만 가지고 주일예배를 재개하고, 현재의 예배패러다임을 고수한다면 과연 ‘코로나19’라는 전염병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겠습니까?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러나 쉽지 않다고 그냥 앉아서 기도만 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현상황을 목도하고 묵상하면서 당면한 문제를 지혜롭게 풀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기도입니다. 오히려 참된 기도가 되려면, 막연하게 ‘하나님, 도와주십시오!’를 넘어서 우리가 해야할 일들을 적극적으로 찾아가야 하는 것입니다.
한국교회들은 이런 지혜를 모아 하나의 예배 프로그램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제 곧 예배가 재개될 것이므로 시간은 촉박하고, 타종교와는 다르게 컨트롤타워도 없고, 개교회주의가 만연한 까닭에 쉽지 않은 일이지만 반드시 새로운 예배 패러다임을 제시해야 합니다.
저도 이렇게 장기간 가정예배로 전환될 것을 상상조차도 하지 못했습니다. 이제서야 정신이 번뜩 드는 이유는 제가 기대했던 4월초 늦어도 부활주일예배부터는 재개되지 않겠느냐는 희망적인 기대조차도 불안해 졌기 때문입니다. 주일예배를 가정예배로 드린 사상초유의 일도 모자라서, 부활주일 조차도 공동예배를 드리지 못한다면, 과연 교회가 존립할 이유가 있는 것일까 자괴감이 들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만일, 그런 사태가 발생한다면, 저는 아마 목회자로서 이 땅의 삶을 마감하는 날까지도 ‘2020년 4월 부활주일예배’를 드리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빠져 지낼 지도 모릅니다. 그런 일은 없길 바라기에 한국교회가 지혜를 모아 ‘코로나19’이후의 공통적인 예배 패러다임을 만들자고 제안하는 것입니다. ‘코로나19’이후의 한국교회가 지속가능하려면 이 방법도 심사숙고 해야할 것입니다.
한남교회는 한국교회가 이런 방안들을 제시하면 기꺼이 순종하는 마음으로 따를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 요원한 상태이므로 한남교회는 공동예배를 재개할 때 이렇게 할 것입니다. 아직은 제 개인의 생각이고 당회원들과 논의하여 더 구체적인 안을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1. 예배 전 방역을 철저하게 하고, 마스크와 손 세정제 등을 비치할 것입니다. 예배에 참여할 때에는 건강상태를 확인하시고, 마스크를 꼭 착용하시기 바랍니다.
2. 당분간 구역별로 나눠 예배할 것입니다. 한남교회가 개인당 2m 정도의 간격을 두고 예배를 드리려면 4구역씩 나눠 예배하면 될 것입니다.
3. 의자마다 스티커를 붙여서 착석하게 하고, 예배를 위한 성가대 등의 찬양은 기존 찬양을 대체하여 사용할 것입니다.
4. 예배봉사자를 최소화하여 마이크 등을 다중이 사용하는 일이 없게할 것입니다.
5. 식사는 일회용 도시락을 준비하여 식당과 야외 등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여 나눌 것입니다.
6. 코로나19’가 진정될 때까지는 각종 소모임을 최소화할 것입니다.
7. 한남교회가 드리는 예배방식을 지역사회에 알리고 홍보하여, 교회가 전염병 예방에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알릴 것입니다. 공공기관의 모니터링에 적극 협조할 것입니다.
8. 수요예배는 참석자 평균(26명)을 계산하면 적당한 간격을 유지할 수 있는 공간이 충분하므로, 방역을 철저히 하고 위생수칙에 따라 곧 재개하고자 합니다.
9. 성만찬식은 개별적으로 참여가능하도록 ‘포도주와 떡’을 개별용기에 담아 준비해서 진행할 것입니다.
10. 주일예배에 참여하지 못하는 분들을 위하여 ‘온라인 예배’를 준비하고, 노년층이나 인터넷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을 위한 방안도 마련할 것입니다. 온라인 예배는 ‘실황중계 형식’보다는, 일주일에 한 번 온 가족이 마음을 모아 드릴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주는 방향으로 제작할 것입니다.
아직은 시작에 불과하기게 이 정도 안을 내어놓습니다.
이런 고민을 하게 된 이유는, 이번 사태가 단기간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믿음의 문제와 위생의 문제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코로나19’가 두려운 것이 아니라, 교회가 전염병의 근거지가 되는 것이 두려운 것입니다. 이러한 두려움은 불신의 행위가 아니라, 교회됨을 지켜가고 하나님의 이름을 지키기 위한 믿음의 행위요, 제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을 이루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한남교회 교우 어러분, 속히 뵙고 이전의 일상을 회복하길 저도 간절히 원합니다. 위에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예배 패러다임의 변화에는 교회의 본질적인 변화가 있어야 함을 간과한 것은 아닙니다. 한남교회가 건강한 교회, 행복한 교회가 되어 지역사회의 소금과 빛이 되려면 지금의 아픔을 그냥 지나가길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변화의 계기로 삼아가야 할 것입니다.
이 고난의 시간을 디딤돌로 삼아 더욱더 든든한 신앙으로 세워져가는 한남교회와 각 가정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2020년 3월 26일(목) 김민수 목사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