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402 종려주일 오후찬양예배
아벨의 울음소리
창세기 4:1~10
오늘은 총회에서 제정한 4.3 기념주일입니다.
그런데 저는 제주4.3은 기념할 일이 아니라 기억해야할 일이라고 생각이 되고, 아직도 제주 1948년 4.3에 대해서 이념논쟁을 벌이는 이들이 있기에 ‘4.3기억주일’이 맞다고 봅니다. 진정 기념주일이 되려면, 역사의 진실이 왜곡됨 없이 밝혀지고, 또 하나의 국가추념일인 현충일처럼 지켜질 때 비로소 ‘기념’이라는 단어를 붙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올해는 제주 4.3이 국가추념일로 지정된 지 10년째 되는 해입니다.
우리 교단은 5년 전부터 기념주일로 제정했습니다. ‘국가추념일’이란, 정부가 행사를 주관하는 국가행사를 의미합니다. 우리나라는 두 개의 국가추념일이 있는데 4.3항쟁과 6월 6일 현충일이 국가추념일입니다.
저는 2001년 40세가 되던 해부터 6년간 제주 종달교회에서 목회를 하면서, 제주 4.3항쟁에 관한 이야기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교인들 중에도 그와 관련된 피해자들이 있었고, 제가 있을 때에만 해도 자신의 희생자의 가족이라는 것이 밝혀지는 것을 꺼려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적응하기 힘든 것 중의 하나가 경찰이나 공권력에 대한 일종의 두려움 같은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잘못된 행정이나 절차에 대해 공무원이나 경찰관들에게 항의하는 것을 처음 본 주민들이 엄청나게 당황해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것이 다 제주의 역사와 특히 4.3항쟁과 깊은 관련이 있었던 것입니다.
제주도는 유배지였고, 유배지 중에서도 ‘우도’도 상유배지였습니다.
그런데 종달리에는 우도로 들어가는 두문포구라는 작은 포구가 있습니다. 아마도 거기에서 유배당하는 이들을 많이 보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들을 직접 경험해보니 그렇게 몹쓸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도 알았겠지요. 그러니 반골기질도 생겼을 것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공권력에 대한 일종의 두려움, 게다가 4.3항쟁 당시에는 경찰이라는 일말의 끄나풀만 있어도 살아날 길이 있었으니 4.3항쟁이라는 홍역을 앓은 반세기, 그 이후 한국전쟁 3년, 분단과 이어진 한국의 현대사 속에서 제주도는 그야말로 소외된 섬이요, 보수주의자들에게는 빨갱이 섬으로 낙인찍혀버렸던 것입니다.
최근 태영호라는 국힘당 최고의원은 제주4.3이 김일성의 지시로 촉발되었다고 헛소리를 하고, 정순신의 아들은 학폭 과정에서 제주도 출신이라하여 ‘빨갱이’라고 폭력을 가했다는 것입니다. 더 슬픈 일은 한국교회가 그 일에 큰 동력이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제주 4,3 당시 가장 잔인한 짓을 저질렀던 ‘서북청년단’은 영락교회 청년회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단체였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제주 4.3항쟁에 대해서 이념시비를 걸고, 공산주의자들의 소행이라고 믿고 싶은 이들도 있고,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4.3 평화박물관 전시실 전시물 중에는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은 비석이 있습니다. ‘백비’라고 합니다. 모든 역사의 명칭에는 그 있었던 일에 대한 성격이 규명되어 기록되어야 하는데, 아직도 4.3은 그저 있었던 일이 하나인 ‘4.3사건’이라고 부르고 있으며, 아직도 반란이라 부르는 이들이 득세하고 있기 때문에 백비로 남아있는 것입니다.
제주도 중산간지역에는 고사리를 꺾을 무렵이면 ‘피뿌리풀’이라는 꽃이 핍니다.
오늘 주보 칼럼에 있는 꽃 사진입니다. 피해자들이 가장 많았던 지역이고, 마을 자체가 없이진 다랑쉬오름 근처에서만 만날 수 있는 꽃입니다. 저는 제주의 역사와 그 꽃을 보면 성서의 ‘가인과 아벨 이야기’를 떠올리게 되고, 지금도 여전히 멈추지 않은 ‘아벨의 절규’를 듣습니다. 그 피울음이 멈추게 하는 길, 그것은 4.3항쟁에 대한 진실이 규명되는 일일 것입니다. 어떤 이들이 그 일을 주도했고, 그 이후 어떤 삶을 살아갔는지를 살펴보면, 한국의 근현대사의 흐름이 보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과정에서 한국교회가 걸어온 길도 보이겠지요.
그런데 여러분, 우리의 현실과 한국교회는 저 아우성치는 아벨의 울음소리를 치유하고 있을까요, 아니면 더 아우성치게 하고 있을까요? 안타깝게도 아벨의 피울음소리를 위로하기는커녕 비수를 꼽고, 왜곡하며 그들의 울음소리를 더 크게 만들고 있습니다.
어제저녁에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지인의 공연이 있어 관람을 하고 돌아오는 길 보수단체의 집회를 보았습니다. 열 댓 명 모여서 유튜브를 찍고 있는데, 그런 날조된 발언들을 마음껏 해도 돈 벌고, 잡혀가지 않는 나라구나 싶어 마음이 아팠습니다. 역사를 날조하는 이들에게는언론의 자유가 마음껏 보장되고, 심지어는 애국지사로 거론되고, 역사의 진실을 이야기하는 이들은 국가보안법이라는 잣대로 여전히 침묵을 강요하는 것이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 그리고 그런 이들에게 축복기도해주는 것이 한국교회의 현실이니, 교회가 얼마나 큰 죄를 짓고 있는 것입니까?
가인과 아벨의 이야기를 잘 알고 있는 교회가 아우성치는 아벨을 위로해주지 않으면, 땅들이 소리칠 것이요, 돌멩이가 소리칠 것입니다. 그대가 되면 한국교회는 그 소리와 돌멩이의 분노에 멸망당할 것입니다. 한남교회와 교우 여러분들은 그런 류의 교회와는 다른 길을 걸어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올바른 신앙과 올바른 역사의식으로 아벨의 피울음소리를 위로해주는 삶을 살아가시길 바랍니다.
[거둠기도]
주님, 아직도 역사의 진실이 왜곡된 채로 4.3항쟁을 맞이합니다. 또한, 일제강점기 우리 고난의 역사가 왜곡되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국가의 자존심을 지도자가 팔아먹고 다니는 이상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주님, 이 땅의 역사를 바로 세우는 것도 그리스도인의 일이요, 교회의 일이라는 것을 망각하지 않게 해 주십시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