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 14일(3월 12일 목)
오병이어의 기적 / 마가복음 6:14~44
1.
그릇에 뭔가를 담으려면 비워야 합니다.
뭔가 가득 담긴 그릇에는 다른 것을 담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한 시인은 이렇게 노래합니다.
‘빈약한 이 그릇을 님은 또 비우고 비우시며, 언제나 신선한 생명으로 채우고 또 채우십니다.’
‘비움의 영성’이 무엇인지를 새삼 묵상하게 하는 시입니다.
내 안에 생명을 채우려면, 내 안에 쓰레기 같은 욕망과 교만과 미움과 시기와 질투 같은 것들을 비워야 합니다. 그것을 그대로 담아둔 채로 생명을 채울 수는 없는 일입니다. 시인의 노래에 등장하는 님은 ‘하나님’입니다.
2.
하나님은 끊임없이 우리 마음에 쓰레기 같은 것들을 비우라고 하십니다.
비우라고 하실 뿐 아니라, 때로는 우리를 쳐서 비우게 하십니다. 그렇게 비우게 하시는 이유는 새로운 생명을 채워주시기 위함입니다. 우리는 감히 신선한 생명을 담을 수 없지만, 하나님은 비우시고 또 신선한 생명으로 채우실 뿐 아니라 넘치도록 채우심으로 빈약했던 그릇을 생명을 담은 귀한 그릇으로 변화시켜 주시는 것입니다. 이것이 구원입니다.
3.
우리는 끊임없이 하나님께 구합니다. 이것을 달라, 저것을 달라고 하는데 익숙합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우리에게 손을 내밀며 ‘너는 나에게 무엇을 주려 하는가?’하시는 것입니다. 우리가 하나님께 구한 것을 받으면 우리는 ‘감사’를 드립니다. 그러나 어떤 때에는 구하지 않은 것까지도 주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깨닫지 못하여 감사하지 못합니다. 게다가 구한 것을 주셨는데도 감사하지 못하며 살아갑니다.
4.
예수님께서 복음을 전하실 때의 일입니다.
예수님이 가시는 곳마다 큰 무리가 따랐습니다. 예수님께서 왕의 신하의 아들을 고치신 ‘표적’(4장)과 베데스다 연못의 38년 된 병자를 고치신 표적(5장)도 보았고, 예루살렘 성전에서 장사하는 무리를 내쫓으시며 종교지도자들의 잘못된 행태를 고발하시고 자신들을 대변해 주는 것도 보았습니다. 예수님을 따르던 이들은 그들이 간절히 기다리던 메시야가 이분이 아닐까 하는 기대감으로 예수님을 따른 것입니다.
5.
예수님은 오병이어의 기적을 통해서 아직도 그들이 깨닫지 못한 진리, 즉 그분이 영생을 주시는 메시아이심을 알려 주시려는 의도로 이 일을 행하시는 것입니다. 이미 그들에게 나타나 보이시고, 들려주시고, 행하셨음에도 영원한 생명의 떡이신 주님을 몰라보는 이들에게 ‘내가 생명의 떡이다’라는 것을 보여주시기 위한 표적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오병이어의 기적을 보고도 예수님을 제대로 알지 못합니다. 오히려 이 표적을 보고 사람들은 예수님을 그들이 기다리던 정치적인 메시야인 임금으로 삼으려고 합니다. 그러자 예수님은 그들을 떠나 홀로 산으로 가신 것입니다.
6.
물고기 두 마리와 보리빵 다섯 개, 한 가족의 몫을 내어 놓는 것에서부터 오천 명을 먹인 기적은 시작될 수 있었습니다. 한 사람, 한 가족의 봉헌이 기적을 낳은 것입니다. 한 아이의 도시락이 비워지자 오천 명이 먹을 수 있을 만큼 채워진 것입니다.
오늘도 오병이어의 기적은 계속돼야만 합니다. 물질·황금만능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신체적·영적 비만 상태에 빠져 있습니다. 나눔은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런 시대에 교회와 그리스도인은 세상의 허파가 되어 신선한 공기를 불어 넣듯, 자신의 오병이어를 기꺼이 내 놓아야 합니다. 그래야만 영적 허기와 갈증에서 해방될 수 있을 것입니다.
7.
나의 오병이어는 무엇입니까?
작아도 좋습니다. 그것을 예수님 손에 들려주십시오. 예수님께서 그것을 받으시고 축사하시면 오천 명이 먹고도 남는 기적이 일어납니다. 그러나 혼자 먹고자 움켜쥔다면, 오천 개가 되는 보리떡과 오천 마리의 물고기를 다 먹어도 배고플 것입니다. 오늘 날 우리 사는 세상이 그렇지 않습니까? 전 세계 인류가 모두 배불리 먹고 살 수 있을 만큼 풍요로운 물질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기아로 죽어가는 어린이는 7초에 한 명씩 죽어가고 있으며, 지구촌 기아인구는 10억 2천만 명이 넘습니다. 그러나 더 놀라운 사실은 비만으로 인해 사망하는 이들도 7초에 한 명이라는 사실입니다. 나와 더불어 살 길이 있는데, 우리는 나누지 못함으로 너와 함께 죽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나의 오병이어를 나누십시오. 비우십시오.
하나님께서 생명의 떡으로 여러분의 삶을 채워주시고, 오병이어가 나눠진 그곳도 생명의 떡으로 채워주실 것입니다.
8. 새기고 묵상하기
◾한 아이가 가지고 있던 ‘보리떡과 물고기’가 예수님 손에 들리어졌을 때 기적은 시작됩니다.
◾내가 예수님께 바칠 오병이어는 무엇입니까? 작은 것이라도 주님은 받으시어 기적을 베푸시고, 풍성하게 하시는 분이십니다.
말씀요약과 한 문장의 기도
p.s) ‘코로나19’가 더 확산되지 않고 진정되게 하시고, 한남공동체가 함께 예배하는 기쁨을 속히 누릴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그리고 교우들의 건강을 위해서도 더욱더 열심히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