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전제로 드릴지라도(주현절 2주-여신도회 헌신예배)
빌립보서 2:12~18
■ 목회에 대한 반성
저는 목회를 대충하고 싶지 않습니다. 목회를 사리사욕을 채우는 수단으로 삼을 생각도 없습니다. 그렇게 지난 시간 달려왔습니다. 그래서 손해를 본적도 있지만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목회를 돌아보니 나름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잘하지 못했습니다. 여러분을 사랑한다고 했는데 잘못 사랑했습니다. 정말, 여러분을 사랑한다면, 하나님께 복 받는 길로 여러분을 인도했어야 했는데, 제가 복 받을 일을 다 해버렸습니다.
조금 더디더라도 교회에서 맡은 직분을 제대로 감당하게 하고, 교회를 위해서 헌신 봉사하도록 교육하고 독려했어야 했는데, 으레 알아서 잘하겠거니 믿고 사찰목사가 된 듯 제가 다 해버렸습니다. 그래서 제직이 되어도 무슨 부서장이 되어도 직분을 맡아도 뭐를 해야 하는 줄도 모르게 했으니 다 저의 책임입니다. 죄송합니다. 여러분이 받을 복을 가로챘습니다.
목양이란, 목회자 자신이 복 받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교인들이 복을 누리게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목회를 ‘목양’이라고 하는데 제가 목양을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이제 그 복을 올해부터는 여러분에게 돌려 드리려고 합니다. 이제는 저는 조금만 하고, 여러분이 많이 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합니다. 그래서 저는 복을 조금만 받고, 여러분이 많이 받기를 원합니다.
■ 사도 바울(빌 2:12~18)과 모세
사도 바울은 빌립보교회 교인들에게 ‘하나님의 흠 없는 자녀로 살아가라’고 독려하면서, 교인들이 흠 없는 자녀로 이 세상에서 빛으로 살아가면, 그 믿음의 행위와 섬김의 행위를 위해 자신을 전제로 드릴지라도(전제란 처형입니다.), 그러니까 자신이 죽을지라도 교인들이 흠 없는 하나님의 자녀가 된다면 기뻐할 것이라고 한 것입니다(빌 2:17). 이 말씀을 묵상하면서 저도 사도 바울의 마음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출애굽기 32장에 모세가 시내산에 십계명을 받으러 올라갔을 때 있었던 일입니다. 사십 일동안이나 모세가 내려오지 않자, 백성들은 불안해하다가 아론을 내세워 금송아지를 만들어 우상숭배를 했습니다. 이 꼴을 본 모세는 하나님께 백성의 죄를 회개하며 그들의 죄를 용서해 달라고 간구합니다. 정 용서하지 못하겠다면 차라리 자신을 생명책에서 지워달라고 합니다. 이토록 간절한 모세의 백성을 향한 마음, 그것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도 바울과 모세의 이야기를 묵상하면서, 나는 어떤 목회자인지 돌아보았습니다. 마음은 그들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진정 여러분을 사랑하는 법을 조금은 더 배워야겠습니다. 그 일 중의 하나가 여러분이 헌신하고 봉사해야할 몫을 가로채지 말자는 것입니다. 여러분에게 더 많이 복 받는 길을 열어주자는 것입니다. 이런 과정에서 혹시라도 이제 몇 년 되었다고 익숙해져서 목회를 대충하려고 한다는 오해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저는 무슨 일이든 대충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더욱이 하나님의 일이고, 목양인데 대충하면 어찌되겠습니까? 저의 열심과 여러분의 헌신과 봉사가 어우러져 건강한 한남교회, 행복한 한남교회로 설 수 있길 기도하면서 나아갈 것입니다.
■여도지죄(餘桃之罪)-복숭아를 훔친 죄
한비자의 <說難세난>에 실려 있는 ‘미자하’의 고사가 있습니다.
위나라에 미자하라는 미소년이 영공으로부터 대단한 총애를 받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미자하는 어머니가 위중하다는 소식을 듣고, 허락도 없이 영공의 수레를 몰아 어머니에게 달려갔습니다. 위나라에서 왕의 수레를 허락도 받지 않고 몰래 타는 것은 발을 자를 정도로 큰 죄였습니다. 하지만 영공은 “얼마나 효성이 지극하면 벌을 받는 것도 잊었구나!”하면서 오히려 그를 칭찬했습니다. 얼마 후 미자하는 영공과 과수원을 거닐다 자기가 먹던 복숭아를 바쳤습니다. 그러자 영공은 “정말 나를 사랑하는구나, 이처럼 맛있는 복숭아를 나에게 주다니.”라며 기뻐했습니다. 세월이 흘러 영공의 총애가 점점 옅어졌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 미자하가 사소한 잘못을 저지르자 영공은 “이놈은 언젠가 나 몰래 수레를 탔고, 먹다 남은 복숭아를 나에게 먹인 놈‘이라며 미자하를 쫓아버렸습니다. 여기서 나온 성어가 餘桃之罪(여도지죄)입니다. 이 고사를 두고 한비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미자하의 행동에는 변함이 없었다. 군주의 마음이 변했기 때문에 전에 칭찬을 받았던 일이 후에는 책망을 받게 된 것‘이다.
사람관계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던 일도 큰 문제가 될 수 있고, 큰 문제도 아무런 문제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아시는 분만 아시는 일이겠지만, 지난 연말부터 교회 내에 있었던 일련의 일들은 아무 일도 아닌 것이 큰 일이 될 수도 있고, 큰일도 아무 일도 아닌 것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했습니다. 이런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초심‘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처음 한남교회 담임목사로서 선서하는 그 순간의 마음을 상기했습니다. 여러분도 신앙과 관련한 그 어느 순간의 ’초심‘이 있을 것입니다. 그것을 회복하십시오, 거기서 헌신과 봉사가 시작되는 것입니다. 그래야 우리의 신앙이 타성에 젖지 않습니다. 그래야 하나님의 교회를 위한 헌신과 봉사가 오해 없이 협력하여 선을 이뤄갈 수 있는 것입니다.
■ 여신도회
한국교회에서 여신도회는 교회의 기둥입니다.
여신도회의 헌신과 봉사가 얼마나 원활하게 이뤄지는지에 따라 그 교회의 모습이 달라집니다. 여신도회의 헌신과 봉사가 지지부진해서 기둥 하나만 달랑 세운다면, 간이 텐트를 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여신도회가 협력해서 네 기둥을 세우면 지붕이 있는 집을 지을 수도 있고, 그 네 기둥의 기초가 튼튼하면 높은 빌딩도 질 수 있는 것입니다. 부흥하는 교회들의 특징 중 하나는, 여신도회가 촘촘하게 그물망처럼 연결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올해에는 여신도회가 든든한 기둥이 되셔서, 한남교회가 멋진 집을 지어갈 수 있길 바랍니다.
제주도 전통가옥 중에서 ’돌집‘이 있습니다. 현대화되면서 사람들이 돌집을 허물고 시멘트로 현대식 건물을 지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돌집만이 가진 장점이 있었습니다. 제주의 기후에 적합하여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스한 제주도에서는 최적의 건축물이 돌집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그 가치를 알아본 이들이 너도나도 돌집을 사서 약간의 구조변경만 해서 돌집의 가치를 아주 높게 올려놓았습니다.
저는 65년 전통을 가진 한남교회는 제주의 돌집을 닮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기초가 튼튼하고, 그동안의 저력이 있기 때문에 조금만 리모델링하면 가치가 확 올라가는 그런 교회 말입니다. 오늘 헌신예배를 드리는 여신도회가 한남교회의 든든한 기둥이 되어주십시오. 그래서 초가지붕을 거둬내고 기와지붕을 얹어도 아무 문제가 없는 한남교회의 버팀목이 되어주시길 바랍니다. 이제 그 일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빌립보서를 통해서 살펴보겠습니다.
■ 모든 일을 원망과 시비 없이 해야 합니다(14).
하나님의 일을 하는데 있어서 ’원망‘과 ’시비‘가 없어야 합니다. 하나님의 일은 자신의 명예를 높이기 위해서 하는 일이 아니라,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기 위함입니다. 어떤 일을 할 때 ’원망과 시비‘생긴다는 것은 ’자기를 높이는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자기를 몰라주니까 원망하는 것이고, 자기의 생각과 다르니까 시비하는 것입니다. 원망과 시비가 생길 때 우리가 꼭 생각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 이것이 옳은 것인지, 그른 것인지 지혜롭게 판단해야 합니다. 교회 일은 모두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 하는 일입니다. 나를 죽이면, 원망하고 시비할 일이 없습니다. 아직 내가 다 죽지 않았기 때문에, 서운하고, 서운하니까 원망하게 되고, 시비하게 되는 것입니다. 하나님 앞에서 자신을 내려놓으십시오. 그것이 헌신입니다.
■ 하나님의 흠 없는 자녀가 되어야 합니다(15).
이 일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꾸준히 자신을 연마하셔서 몽돌이 되십시오. 바다나 강에 가면 몽돌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돌덩어리에서 떨어져 나온 날카롭고 모난 돌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오랜 시간, 파도나 물에 흔들리며 모난 부분이 떨어져 나가다보니 단단하고 부드러운 몽돌이 된 것입니다. 누구나 흠 없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러나 함께 부딪치며 일하다보면 모난 부분이 조금씩 떨어져 나가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흠 없는 자녀가 된다는 것은 이런 과정을 닮았습니다.
내 안에 있는 날카롭고 모난 부분을 다 떨쳐버린 뒤의 아름답고 부드럽지만 단단한 몽돌이 되는 것처럼, 하나님의 흠 없는 자녀가 되길 바랍니다. 하나님의 흠 없는 자녀가 되는 것, 이것 자체가 헌신입니다.
■ 모든 일을 기쁨으로 해야 합니다(18).
기쁜 마음으로 하십시오. 행여 불편하다면 잠시 한 걸음 물러나 쉬십시오. 불편한데도 열심히 하면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불편하겠습니까? 교회의 일이란, 자원하는 마음으로 기쁜 마음으로 해야 합니다. 교회 일을 할 때는 신명이 나야 합니다. 신명나게 하면 그 영향력이 다른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게 됩니다. 그러나 억지로 하면 다른 이들의 헌신도 막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2020년 한 해 동안 맡은 바 직분을 기쁘게 감당하시기 바랍니다. 그러는 중에 하나님께서도 기뻐하시고, 하나님께서 기뻐하심으로 큰 은혜를 누리게 될 것입니다.*
(김민수 목사 / 2020년 여신도회 헌신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