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희망을 짓는 교회 (20160410)
로마서 8:28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의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롬 8:28)
오늘은 담임목사 취임식이 있는 날입니다.
훗날 여러분과 제가 “우리가 함께 한남교회를 섬기게 된 것은 하나님의 섭리였다”고 고백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한남교회에서 저를 청빙하기로 결정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후, 저는 앞으로 어떤 목회를 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때마다 지혜를 구하며 기도하면서, 그동안 목사로서의 삶을 돌아보면서 고쳐야할 것들과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들을 정리해 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어려운 것이 목회입니다. 왜냐하면, 목회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올해 고난주간에 sns에서는 ‘어느 목사의 고난주간 기도’가 많은 목회자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하나님, 저는 하나님께 화가 났습니다.”로 시작되는 이 기도문에는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좀 길지만 그대로 읽겠습니다.
하나님,
저는 하나님께 화가 났습니다.
세상을 지으시고 사람을 만드신 것은 잘하신 것입니다.
그런데 왜 목사를 만드셨습니까?
세상의 모든 만물은 다 아름답고 쓸모 있게 지으셨는데
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목사를 지으셨습니까?
어떤 이들은 살다가 문제라도 생기면 목사 탓을 합니다.
목사의 능력이 부족해서 자신이 고통당한다고 말입니다.
자기 뜻대로 안되면 목사가 기도하지 않아서 그렇다고 합니다.
하나님께서 목사를 지으실 때 물 위를 걷거나
오병이어의 기적을 행하는 능력 정도는 주셨어야 합니다.
적어도 부동산이나 주식 시세를 예측하는 능력이라도 주셨어야 합니다.
이것도 저것도 할 수 없는 목사는 한심한 존재인거 같습니다.
사람들은 목사의 참 얼굴을 싫어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목사는 슬픔이나 분노나 절망을 느껴서도 안 되고 표현해서도 안 됩니다.
조그만 감정의 흔들림에도 사람들은 ‘목사도 사람이었군’하면서 실망합니다.
그래서 저는 종종 가면 뒤에 숨기도 합니다.
그러면 사람들은 목사에게 인간미가 없다고, 가식적이라고 비난합니다.
목사는 정말이지 숨을 곳도 없습니다.
목사가 편안하게 허물없이 대하면 권위가 없다고 하고
권위를 세우려하면 건방지다고 합니다.
친구가 되어 달라 해서 친구가 되어주면 아버지가 되어 달라 하고,
아버지가 되어 주려 하면 끌어내리려 합니다.
목사는 이것도 저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교회의 모든 권한은 성도에게 있다고 하면서,
모든 책임은 목사 혼자서 지라고 합니다.
성도의 성공과 출세를 위해 목사더러 축복기도 하라면서
목사는 고난과 가난 속에서 살아야 한다고 합니다.
목사는 먼지보다 못한 사람입니다.
이렇게 목사는 힘없고 쓸모없는 존재인데도
사람들은 목사의 독재와 횡포를 막아야 한다고 소리 지릅니다.
내일의 밥상을 걱정하며 살아가는 목사에게
사람들은 배부르고 탐욕스런 삯꾼이라고 손가락질 합니다.
목사는 이래도 저래도 죄인입니다.
아 참, 가끔 사람들이 목사를 찾아오기도 합니다.
외롭고 힘들 때, 도움이 필요할 때 찾아와서는 함께 울어 달라고 합니다.
그러나 정작 그들이 성공하거나 잘 나갈 때는 찾아오지 않습니다.
하나님, 만일 목사가 외롭고 힘들 때는 누가 위로해주지요?
사람들에게 이렇게 넋두리를 했다가는 아마도 저는 해고되겠지요.
목사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하나님 앞에 화를 내는 것 밖에 없습니다.
땅에도 속하지 못하고 하늘에도 속하지 못하는
세상의 변두리에서 위태롭게 춤을 추는 광대처럼,
아무도 듣지 않는 노래를 홀로이 부르는
은퇴한 늙은 여가수처럼
그런 이방인이 바로 목사인 듯합니다.
그러니 목사를 만드신 하나님은 분명히 실수하신 것입니다.
하나님 덕택에 이 땅의 목사들은 무거운 십자가를
어깨 위에 지고 살아갑니다.
벗으려야 벗지도 못하는 목사라는 굴레는
너무 무거워서 잠시도 숨을 쉴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십자가를 보면 눈물이 납니다.
메마르고 딱딱한 마음속에서
속울음이 터져 나옵니다.
예수님의 고통의 무게를
조금은 알 것도 같습니다.
이번 고난주간은 정갈한 기도는 아니지만 그냥 눈물을 흘리는 것으로 대신하렵니다.
이해해 주십시오. 하나님.
100% 공감하는 바는 아니지만, 목회가 행복하고 즐거워야 하는데 많은 분들이 힘겹게 목회를 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행복한 목회를 하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수도 없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목회는 사람의 생각처럼 되는 것이 아니고, 어느 교회의 담임목사가 된다는 것 역시도 하나님의 섭리가 아니면 가능하지 않은 일입니다.
한남교회를 알고 저를 동시에 아는 분들은 세상 말로 ‘궁합이 잘 맞을 것’이라고 축하해 주셨고, 저를 잘 아는 분들은 ‘한남교회가 복을 받았다’고도 하셨습니다. 그렇게 되기를 바라면서 저는 ‘교회란, 오늘 우리가 읽은 말씀대로 ’합력하여 선을 이루는 것‘이기에 ’한남교회에게도 복이겠지만, 제가 한남교회를 섬기게 된 것이 복이다.‘ 라고 대답했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복이 되는 시간들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저는 위의 어느 목사님의 사순절기도처럼 슬픈 기도가 아니라, 한남교회 교인들을 통해서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나누는 기쁜 기도를 드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러면서 2016년 남은 기간 동안 교회의 표어를 무엇으로 할 것인지 생각했습니다. 총회의 주제를 따를까 하다가 “함께 희망을 짓는 교회”가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교회는 목사와 교인이 함께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서로 협력하는 가운데 하나님께서 역사하셔서 교회답게 만들어 주시고, 부흥시켜 주시는 것입니다. 교회의 부흥이란, 단지 숫자적인 개념이 아닙니다. 교회가 교회다울 때, 머물고 싶은 교회가 될 때, 누구라도 “우리 교회 참 좋아!”라고 이웃에게 추천할 수 있을 때 부흥하는 것입니다. 사도행전 2장 47절에는 초대교회가 급격하게 부흥하는 모습을 전할 때에 “하나님을 찬미하며 도 온 백성에게 칭송을 받으니 주께서 구원 받는 사람을 날마나 더하게 하시니라”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우리 한남교회가 하나님께 찬미를 드리는 교회가 되기를 원합니다. 그리고 온 백성에게 칭송받는 교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목사취임식 때 노회장이 저와 여러분에게도 묻겠지만, 여러분은 제가 한남교회에 목회만 전념하길 바라시겠지만, 넓게는 노회와 총회이 목회도 도와야 합니다. 물론, 저는 앞으로 한남교회 담임목사로 재직하는 동안 저의 모든 일들이 한남교회에 덕이 되는 일이 되도록 할 것입니다. 그래서 초대교회처럼 칭송 받는 교회가 되는데 힘쓰고, 한남교회를 섬기시는 여러분들이 하나님께서 주시는 복을 충만히 누릴 수 있도록 말씀과 찬양과 기도와 돌봄에 전념할 것입니다. 목사로서 말씀준비를 성실하게 하고, 교인들을 위해서 기도하는 일에 최우선을 두고자 합니다. 당회에서 상의를 하여 시행하겠지만, 여러분들을 위해 구체적으로 기도하기 위해서 중보기도함을 만들고, 중보기도함에는 여러분이 목사에게 건의하고 싶은 의견들도 넣게 하여 교인 한 사람 한 사람의 작은 의견에도 귀를 기울일 생각입니다.
제 친구 중에는 숨기지 않고 직설적으로 말하는 친구가 있는데 이번에 청빙을 받은 후, 어떤 목회를 할 것이라고 이야기를 하니까, “그건 목사님 생각이고”라고 합니다. 맨 처음에는 섭섭했는데, 맞는 말입니다. 내 생각이 있고, 하나님의 생각이 있는 것인데 하나님의 생각을 잘 읽으라는 우정 어린 이야기였습니다. 그리고 저의 생각만 내세우지 말고 교인들의 의견도 잘 수렴하라는 이야기였습니다. 결국, 한남교회가 하나님 앞에서 아름다운 교회가 되려면 저 혼자만의 힘으로는 가능하지 않은 일입니다.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가야 하는 것입니다. ‘함께 희망을 짓는 교회’가 되길 바랍니다.
오늘, ‘나를 지으신 이가 하나님’과 ‘하나님의 사랑을’이라는 찬양을 예배 전에 불렀습니다. 나를 부르신 이도, 지으신 이도, 보내신 이도 하나님이시다. 그러니 그 하나님의 은혜를 따라 나의 달려갈 길을 다겠다는 고백의 찬양입니다. 그리고 그 길을 가는데 오직 ‘주만 바라보고 가겠다’는 고백의 찬양입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작은 신음에도 응답하시는 분이십니다. 가장 좋은 것으로 채워주시기 위해서 우리를 부르신 분이시니, 그 분에게 우리 삶의 중심을 두고 살아가면 우리에게 족한 은혜를 주시는 분이 하나님이십니다.
오늘 취임식에는 손님들보다 교인들의 축하를 받고 싶습니다. 어떤 취임식에 가보면 교인들은 별로 없고 외부 손님들만 많습니다. 음식준비하고 진행하느라 그렇기도 하지만, 담임목사 취임식에는 교인들이 많이 참석해 주는 것이 제일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초대장을 보내면서 정말 알려야 할 분들에게만 알렸습니다. 만일 저도 개인적으로 ‘내가 이런 분들과 친분이 있다’고 내세우며, 그 분들에게 순서를 맡겼다면 총회장을 위시해서 한신대 총장, 교수, 교단 증경 총무, 무슨무슨 기관장, 가수 등 초청할 수 있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최대한 간소하게 하고, 그분들을 대접하는 것보다 매 주일 만나야할 교인들을 대접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습니다. 취임식을 마치고 나면 함께 한남교회를 지어갈 분들은 바로 여러분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목회는 목사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기도와 여러분의 협력이 필요합니다. 오늘 로마서를 통해서 사도 바울은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의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롬 8:28)”라고 우리에게 권면합니다. 이 말씀대로, 합력하여 선을 이루어 가시는 가운데, 하나님의 사랑을 깊이 경험하는 모두가 되기를 바랍니다.*
(김민수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