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신보다 더 큰 생명이기 위해서는
제 몸을 쪼개 나누는 아픔을 거쳐야 하리
쪼개 감자 부위마다 고운 재를 묻히고
비로로 한 점 한 점 감자를 심어간다
(박노해 '감자꽃' 중에서)
감자를 심으면서도 이런 사색을 못했다.
제주에는 겨울감자 하지감자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농촌교회의 심방은 양복입고 성경책끼고 가는 심방길이 아니다.
면장갑에 골갱이 들고 모자 쓰고 땀닦을 수건 챙겨서
밭일 있는 교인들의 밭에 가서 함께 캐고 심고, 거두는 밭심방이다.
심을 때는 풍년을 위하여,
거둘 때에는 제 값받게 해달라고 그분께 기도하면
마음도 몸도 가벼워지는 심방이었다.
아내는 감자삼기 선수였다.
나는 금방 꾀가 나서 사진을 찍네 뭐네 하면서 슬그머니 밭두렁을 벗어나 어슬렁거리는데,
아내는 밭고랑에 앉아 감자를 잘도 심었다.
쪼개진 씨감자, 하얀 석횟가루(?/ 나는 그렇게 기억하고 있다.)를 뒤집어쓴 감자들은 그렇게 밭고랑에 심겨졌고,
겨울과 여름 두 번 거뒀다.
겨울에 거두는 것은 겨울감자, 여름에 거두는 것은 하지감자라고 했다.
추수후에는 대나무나 나뭇가지를 꽂아서 표시해 두어,
이삭줍기를 하는 이들이 밭에 들어와 이삭줍기를 할 수 있도록 한다.
제주도의 농사법은 성서의 정신에 부합한다. 알뜰하게 거두지 않음으로 이삭줍기만 열심히 해도 생계를 이어갈 수 있다.
제 몸을 쪼개 나누는 아픔,
이런 통과제의 없이 날로 먹으려는 것들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시인의 시가 우울하던 나의 마음을 깨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