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설교

칼럼

침묵

  • 관리자
  • 2023-04-30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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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동규 시인의 ‘침묵 앞을 지나가기만 해도’라는 시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나무와 꽃들은 말이 없어도 심심치 않다.
그들의 말 없음 속을 걷다 보면
생각을 말로 그럴듯하게 꾸미는 일이 싱거워진다.
착각인가, 아는 꽃나무 하나가 모처럼 말문을 연다.
‘꽃 하나 뜯길 땐 욕을 내뱉었어요.
가지째 꺾일 땐 침묵을 배웠지요,’
그때 몸 덜덜 떨지는 않았니? 눈으로 묻자
대답 대신 웃는다.
말 아껴 사는 일엔 그가 한 수 위!
그의 침묵 앞을 천천히 지나가기만 해도
안 보이던 삶의 자리 하나가
저녁 전철의 좌석처럼 슬며시 챙겨지지 않는가?
대답 대신 웃자.

시인은 끊임없이 자신의 생각을 시작(詩作)하는 것이 싫어질 때가 있다고 합니다.
그럴 때면 ‘침묵의 언어’로 말하는 자연의 품에 안겨 묵상을 합니다.
그들이 들려주는 소리를 듣는 것이지요.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자연의 언어는 ‘침묵의 언어, 무언의 언어’라고 합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서 말을 함으로, 자연은 그를 찾아온 이가 스스로 말하게 하고 대답하게 합니다. 


자연은 말하지 않으면서 말하고, 일하지 않으면서 일하고, 누구를 위하지 않으면서도 위합니다.
그래서 ’무위자연‘입니다.
조금은 무색해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절의 여왕 5월이 다가옵니다.
자연이라는 침묵 앞에 서는 시간을 가지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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