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자는 가시가 많아서 남을 찌르기만 하는 것 같지만,
작은 새들과 동물의 피난처가 됩니다.
게다가 다양한 품종의 귤을 만들 때에는 반드시 탱자나무가 접목해야만 하는,
최상품의 귤을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접붙이용이기도 합니다.
요즘이 남도에서는 탱자나무꽃이 필 무렵입니다.
향기가 아주 진하고 그윽한 꽃입니다. 그러나 향기와는 다르게 열매는 엄청나게 신맛을 냅니다.
그러나 또한 열매엔 약효가 가득한 꽃입니다.
제주도 중산간 송당근처의 마방목지엔
탱자나무로 울타리를 두룬 농장이 있었습니다.
고사리철이면 가시 성성한 나뭇가지 사이에 숨어 자라서
들짐승이나 사람의 손이 타지 않은 실한 고사리가 많았습니다.
가시에 찔려가면서도 실한 고사리를 꺾었던 추억을 떠올리면
나도 모르게 팔뚝에 가시찔린 듯 소롬이 돋습니다.
탱자나무꽃이 필무렵입니다.
이 꽃을 볼 때마다 ‘가시나무’라는 노랫말이 떠오릅니다.
자기 안에 너무 많은 가시 때문에, 주님도 누구도 쉴 수 없는 것 같다는 자기반성을 담은 노래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나를 지키기 위해,
작고 연약한 것들을 지켜주기 위해,
탱자나무는 가시를 마다하지 않고 몸에 새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누구나 가시 같은 것 하나쯤은 품고 있지만,
그것을 너와 나를 지키기 위한 것으로 키워낸다면,
가시 하나쯤은 성성하게 키워도 좋지 않을까요?
(2023년 4월 16일 주보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