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그친 뒤 눈꽃이 되어 오늘 그에게는 마지막 아침 햇살일지도 모를 햇살에 빛납니다.
제 방(목양실)은 종일 볕이 별로 들지 않습니다. 그래서 식물용LED전구를 달아 놓고 화분 하나를 들여다 놓았습니다.
화분에는 내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들어있던 씨앗이 있었습니다.
사랑초였는데 그것이 가장 왕성하게 자라고, 제가 키우려던 것들은 명맥만 유지하고 있습니다.
작은 화분이지만, 저마다 자연처럼 더불어 살아가라고 그냥 두었습니다. 그런데 사랑초가 드디어 꽃을 피우기 시작했습니다.
작은 화분이지만, 그 안에 수많은 생명이 살고 있습니다.
일단은 지렁이 똥이 보이는 것으로 보아 지렁이가 살고 있고, 본래 제가 키우려던 산세베리아, 어디선가 날아온 덩굴해란초, 금전수, 허브종류인 스피아민트, 아이비 등이 자랍니다.
작은 화분이지만 작은 우주입니다.
이들은 봄이 온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나로서는 알 수 없지만 밖은 이미 봄이 가고 있습니다.
개복숭아나무의 꽃이 제법 세찬 봄비에 우수수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마지막일지도 모를 아침햇살에 빛나고 있습니다.
만일, 그가
"나는 이미 떨어진 꽃인데, 아침 햇살이 눈부신게 무슨 대수람?"
했다면, 그런다고 그의 삶이 더 빛날까요? 그냥 받아들임으로 더욱 빛나는 것이 아닐까요?
인공광을 보며 자라나는 화분에 심겨진 생명들도,
이 감옥 같은 곳에서 피어난들 무슨 대수냐고 했다면, 피어날 수 있었을까요?
그들은 그냥 피어납니다.
어디서든 최선을 다해서 피어납니다.
그냥 '살아가라!'는 명령인 생명을 피워내는 것입니다.
그래서 무위자연입니다.
성금요일입니다.
그냥 죽는 겁니다. 그래서 부활하는 겁니다.
죽이지 못하면 부활도 없습니다.
여전히,
죽이지 못한 내 안의 나, 그래서 부활의 삶을 살아가지 못하면서 매번 주님의 부활만 축하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예수님이 부활하셨습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우리의 부활입니다.
옛 사람이 죽고 새사람이 되었다는 말씀은 바로 죽음과 부활에 관한 말씀입니다. 그런 묵상들을 하면서 부활주일 메시지를 준비했습니다.
성금요일입니다.
하루라도 주님의 부활을 묵상하면서 경건하게 보내면 좋겠습니다.
보통의 날과 다름없이 먹고마시고유흥에 취해 살지말고, 오늘 하루만이라도 경건한 삶으로 들어가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