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설교

칼럼

Homo passus(고통을 감내하는 인간)

  • 관리자
  • 2020-03-11 07: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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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긴 터널을 속히 벗어나길 기도합니다.
어두운 밤과 같은 시간에 'homo passus - 고통을 감내하는 인간'을 묵상합니다.
종교학자 배철현 교수는 '고통은 인간을 온전한 인간으로 서서히 조각하는 신의 손길이다'라고 말하면서 '호모 파수스'라고 인간 존재를 명명합니다. 인간에 대한 많은 정의가 있습니다만, '고통을 감내하는 인간'이라는 정의가 마음 깊이 와닿는 요즘입니다.

자발적으로 '사회적거리두기'를 하고 있습니다.
모든 모임은 취소되었고, 홀로 있는 시간이 더 많아졌습니다.
평상시에도 많은 시간을 목양실에서 보내면서 독서하고, 설교준비하며 보냈기에 크게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더 많은 시간을 책과 씨름하고, 말씀을 묵상함에도 마음이 헛헛하고 여간해서 진도도 나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코로나19'라는 전염병이 언제 잠잠해 질지 가늠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미 2월 23일부터 주일예배를 가정예배로 대체했는데, 지금 상황으로는 학생들이 개학을 할 때까지는 공동예배를 드리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 답답합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기도하며 바랄 뿐.
어쩌면 이것이 인간의 실존일 것입니다.

아무 것도 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간절히 바라고, 역경을 이겨내기 위해서 온힘을 다하지만, 그 이후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기도하며 바랄뿐'입니다.




오늘 새벽에는 이 시간이 더 길어질것 같아서 교회 외벽에 달 현수막을 디자인했습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고통을 기꺼이 받아들이면서 마음 속으로 품는 소망, 그리고 그것이 지나갔을 때 우리는 이전보다 더 성숙한 모습으로 서 있을 것입니다.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많은 분들이 '일상의 소중함'을 깊이 깨달았다고 합니다.
저는 목회자로서 '신천지'라는 사교집단의 문제가 드러나고, 이를 계기로 한국교회도 자신을 성찰하는 일들이 이전과는 다른 양상으로 펼져진다는 점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코로나19'이전과 이후의 한국교회, 그리고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이후, 또다른 형태의 종교개혁으로서의 획을 그을 변화가 임박했음을 느낍니다.


그동안 한국교회는 유래없는 양적부흥을 이루어 왔습니다.
그러나 이제 그렇게 만만하지 않을 것입니다.
양적부흥을 이뤘던 토대가 얼마나 빈약한지 아는 이들은 다 알고 있습니다.
이제, '무조건 아멘'을 강요하며, 감성을 자극하며, 예배를 쇼나 코미디로 만들어 며 적당하게 표면적인 위로를 해주던 형태의 교회는 서서히 쇠락해갈 것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건강한 교회들이 있었고, 신실한 목회자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드러나지 않았고, 때론 많은 역경 속에 노출되어 갈등하며 자기 몫의 십자가를 지고 묵묵히 걸어왔습니다.
그루터기, 그렇습니다.
그루터기와 같은 교회, 목회자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지금껏 대형교회나 대형교회 목사들의 조롱 속에서도 타협하지 않고 제 길을 묵묵히 걸어왔습니다.
역경을 감내하는 중에 하나님은 서서히 온전한 인간으로 조각해 주시며, 이 시대에 새 희망을 틔워낼 그루터기로 남겨두신 것입니다.

저는 우리 한남교회가 그루터기같은 교회가 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감히 저도 그렇게 사용되길 기도합니다.
Homo passus, 지금 이 고난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들을 들어 하나님은 귀하게 사용하실 것입니다.
힘 내십시오. 하나님은 다 알고 계십니다. 그분은 다 계획이 있으십니다.
그분의 계획은 선하므로, 이 또한 지나갈 것이며, 우리는 그 긴 터널 끝에서 더 성숙한 우리를 맞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김민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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