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내내, 더구나 추운 날씨에 딸기와 완두콩을 먹는 것은 지나친 사치이며 무책임한 일이다. 이런 것은 계절의 뜻깊은 순환을 무시하는 일이다....헨리 소로우는 "나는 오직 제철에만 얻을 수 있는 음식을 가장 좋아한다. 그리고 그것이 다른 철에는 없다는 사실이 즐겁기까지 하다“라고 말했다(헨리 니어링 – 조화로운 삶의 지속- 중에서).
딸기, 수박, 온갖 과일과 채소, 철없이 먹고사는 현대인들이기에 '철이 들지 않는 것'은 당연지사가 아닌가? <조화로운 삶의 지속>의 번역자 윤구병은 이와 관련한 이야기를 이렇게 정리했다.
'철난다'는 말이 있다. '세상 물정을 안다' '슬기로워진다'는 뜻이 담긴 말이다. 땀 흘려 일하면서 봄, 여름, 가을, 겨울 한철 한철 접어들고 한철 한철 나다 보면 이 철의 변화가 우리 마음속에 새겨져서 그만큼 지혜로워짐을 경험한 사람들의 말이다...한 겨울에 딸기와 참외, 한 여름에 사과나 귤 같은 철없는 과일이나 찾고, 한 겨울에 속옷차림...늙은 호박의 속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철없는 사람들이 많은 시대라고들 한다.
이것이 우리가 먹는 음식과는 전혀 상관이 없을까 싶다. 공장식 축산으로 생산된 유제품과 육고기들, 농약범벅이 된 과일과 채소들과 몇 년이 지나도 썩지 않도록 코팅 처리된 수입과일, 통조림과 인스턴트 식품을 먹는다. 이번 신종 코로나의 출현도 음식문화가 관련이 있다고 한다. 한 도마에서 생선과 뱀과 박쥐가 다듬어져 팔렸다니, 그 도마에서 살아남은 바이러스가 오죽하겠는가? 인간이 ‘조화로운 삶’을 잃어버리자, 겨울이라는 철도 우리 곁을 떠난 것은 아닌가 싶다.
늙은 호박의 속은 아름답다. 제철을 다 살아간 자연의 모습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나는 제 철을 살아가고 있는지 돌아본다.*
(김민수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