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는듯한 무더위에 ‘비밀정원’에 피었던 백합의 꽃잎이 시들었습니다.
정상적인 상태라면 시든 꽃잎이 떨어져야 했는데,
너무 뜨거워 꽃잎이 마르는 속도가 빨라 미쳐 꽃잎을 떨어뜨리지 못한 것 같습니다.
백합의 예쁘던 꽃잎도 마치 봄에 땅에 떨어진 목련꽃의 잎처럼 거뭇거뭇했습니다.
물을 주면서 조금 세게 주었더니만, 기다렸다는 듯이 꽃잎을 떨굽니다.
물론, 떨어진 꽃잎 안에는 씨방이 맺혀있었지요.
그 모습을 보며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시들어가는 백합이 꽃잎을 떨궈줄 바람이나 비를 얼마나 많이 기다렸을까?
내가 이해를 한다고 해도 백합으로서는 보여주기 싫은 모습이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꽃의 마음으로는 매혹적인 향기에 대한 추억만 남기고 싶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사실, 바람이나 비는 피어난 꽃들에 그리 반가운 존재는 아닙니다.
어쩌면 고난과도 같은 것입니다.
애써 피운 고운 빛을 비에 잃고, 아직은 더 남아있어야 하는데 바람에 꽃잎이 지는 일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고난조차도 마다치 않고 오히려 기다리기도 한다는 것, 그것은 신비입니다.
오히려 비바람에 맞서며 자란 꽃이 제 모습과 향기를 온전히 간직하고 피어납니다.
제 모습을 간직하고 싶어 차라리 고난을 기다리고 자청하는 것,
그것이 꽃의 마음이었을 것입니다.
가는 길조차도 아름답고 싶었던 꽃의 마음.
꽃잎이 떨어지면, 시든 자리엔 열매가 맺힙니다.
그래서 꽃잎은 떨어져도 슬퍼하지 않습니다.
기꺼이 떨어지고자 하지요. 저 혼자서 안될 때에는 비바람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말입니다.*
(김민수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