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작은 수선화
빗방울에 튀긴 흙조차 피하지 못할 정도로 키 작은 수선화가 비밀정원에 피어있습니다.
날이 따스해졌으니 줄기가 훌쩍 올라올 만도 한데, 그냥 그렇게 작은 키로 꽃을 피우는 일에만 열중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키가 작아도 꽃은 보통의 꽃과 다르지 않고, 향기도 진합니다.
키 작은 수선화는 숭고하다 못해 신적입니다.
그는 신의 사랑과 섭리를 체험하게 하는 상징입니다.
키 작은 수선화를 보면서, 거반 20년 전에 공사장에서 사고로 돌아가신 사촌 형을 떠올렸습니다.
형은 어릴 적 다락방에 있는 엿판을 꺼내려고 디딤판으로 동생에게 등을 내주었다가 다쳐서 곱사등이가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저하고 거의 20년 차이가 났으니까 겨우 30대 중반에 돌아가신 것입니다.
그런데 이 키 작은 형이 얼마나 저에게 잘해주었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늘 밝았습니다.
어쩌면, 외모에 대한 편견을 갖지 않고 자라게 된 것은 곱사등이 사촌 형 덕분이었을 것입니다.
형은 목수였습니다. 70년대 목수는 면허만 없을 뿐 건축전문가였지요.
키는 작아도 무엇이든 척척 고치고, 만들어 내고, 저희 어머니가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이든 다 만들어주셨습니다.
그런 형이 어린 내 눈에는 존경스러울 뿐이었습니다.
아이의 눈은 순수한지라, 그의 외모가 아닌 그의 삶이 보였던 것이겠지요.
키 작은 수선화는 그 어린 시절의 순수한 눈을 회복하라고 요구하며 “눈을 뜨라!”고 합니다.
교인들에게만 “눈을 뜨라!”고 하지 말고, 어두워진 눈을 다시 뜨라고 합니다.
키 작은 수선화, 그가 내 마음을 밝힙니다. 피어난 그에게 감사합니다.
아직 피어있고, 피어나고 있습니다. 그와 눈 맞춤하며 인사도 나누십시오.*
(김민수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