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설교

칼럼

예수님의 손은 예뻤을까?

  • 관리자
  • 2020-01-04 13: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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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 고운 사람도 있고 거친 사람도 있습니다.
농사를 짓던 제 부모님의 손은 늘 거칠었습니다.
겨울철 등짝이 간지러울 때, 어머니의 손바닥이 한번만 스치고 지나가면 시원할 정도로 거칠었습니다.
손바닥 지문 사이의 작은 골은 풀떼로 새까맸고, 손가락의 지문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어머니는 늘 자신의 손을 누군가에게 보여야 할 때에는 부끄러워 하셨습니다.

아버지의 손은 남자의 손이라서 그런지 어머니만큼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그분의 손도 거칠었습니다.
단지, '남자의 손이란 이래야 한다는' 가부장적인 시대의 통념이 있어, 아버님은 자신의 손을 부끄러워하지 않으셨습니다.
농사일을 하고 가축을 돌보는 일을 하려면 예리한 낫이나 작두나 톱 같은 것들도 자주 사용합니다.

어릴적 소여물을 쑤기 위해 볕단을 썰다가 그만 아버님 엄지 손가락의 일부가 작두에 잘려나갔습니다.
손톱의 절반정도가 잘려나갔는데도 그냥, 소독약을 바르고 그만이셨죠.
그렇게 저렇게 부모님의 손은 못생겨졌고, 거칠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거친 손이나 못 생긴 손을 보면 - 내 손도 거칠고 못생겼습니다 - 존경스럽습니다.

나는 종종 예수님의 손을 상상해 봅니다.
30년 목수였던 예수님의 손이 고울리 없었을 터이고, 십자가에 못 박히신 그 손은 거칠기만 했을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노동자들의 거친 손이나 농민들이나 가난한 이들의 거친 손이 예수님의 손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한 때, 사진작업의 주제로 손을 담으려고 시도한 적이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시골 작은 마을 1천 마을에서 1천 명의 손을 담고자 했던 거대한 프로젝트였습니다.
그러나 중간에 포기를 했는데, 끈기와 인내심의 부족과 비용과 시간 외에도 '부끄럽다'며 손을 김추셨기 때문입니다.
초상권 문제도 좀 자유롭고, 참 좋은 주제라 생각했는습니다.
그러나 정작 거친 손의 주인공들은 자신들의 삶이 골골이 새겨진 손이야말로, 자신의 삶이자 얼굴이었던 것입니다.
그것이 그 거대한(?) 프로젝트를 포기한 이유입니다.

다시, 예수님의 손을 상상해 봅니다.
상상을 하면 할수록 예수님의 손은 못 생긴 손이었을 거라는  확신이 듭니다. 그래서 더 사랑하는 마음이 깊어집니다.

 

*

산청에서 사역하시는 성공회 성요한 신부님이 '어머니의 손'이라는 제 글에 곡을 붙여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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