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추를 솎으며”
교회 뒤편 작은 텃밭에 지난봄 상추씨를 뿌렸습니다.
씨를 뿌리는 것은 사람이요, 자라게 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시라더니,
텃밭의 상황이 그리 좋지 않은데도 상추가 많이 올라왔습니다.
촘촘하게 올라온 상추의 싹을 보니 부지런히 솎아 먹어야겠습니다.
문득 옛일이 떠올랐습니다.
도시에서 자라 시골에 처음 부임한 친구 목사님이 교회 앞마당에 상추씨를 뿌렸습니다.
텃밭이 좋아서 상추는 이내 싹을 내었겠지요.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아무리 기다려봐도 시장에서 사 먹는 상추의 모양이 나오질 않는다는 것입니다.
적당히 솎아서 이웃과 나누고, 하나씩 띄엄띄엄 모종을 내라고 조언했습니다.
며칠 후 전화가 왔습니다.
“김 목사 신기하지? 솎아서 나눴더니만 상추가 더 실하게 자라서 더 많아졌고,
하나씩 모종으로 심은 것들은 어느새 사 먹는 상추 모양이 되었어.”
그렇습니다.
솎아서 나눔으로 더 풍성해지는 상추밭처럼, 뿌리째 뽑힌 아픔을 극복하고 제대로 된 개체로 성장하는 상추처럼, 우리네 신앙도 그렇습니다. 나눔으로 더 풍성한 삶을 누리게 되고, 때론 고난이 닥쳐오지만, 디딤돌이 되어 우리의 삶을 성숙하게 하여 줍니다. 그래서 범사에 감사할 수 있지요.
바쁜 일상에서 잠시 상추 솎는 일을 미뤘다가 솎아보니 너무 베서 자라지도 못했고, 통풍이 안 돼서 썩는 것도 있습니다. 부실한 상추밭을 보며 반성도 많이 했습니다.*
(김민수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