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에 관한 이야기를 쓰고 얼마 되지 않았는데 또 ‘동백’에 관한 이야기를 씁니다.
지난주, 저는 동백이 낙화하는 순간을 지켜보는 행운을 누렸습니다.
바람 한 점 없는 아침, 눈부시게 빛나는 햇살은 붉은 동백을 더 붉게 했습니다.
간밤에 내린 비이슬을 맺고 있던 동백이 기지개를 켠다고 생각하는 순간에 그냥 ‘툭!’ 떨어집니다.
다 핀 것도 아니고, 흠집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소리 없이 순식간에 낙화하는 동백이라니…….
한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제주도에 살 적에 뜰엔 붉은 동백을 피우는 작은 동백나무가 있었습니다. 최남단 제주도이다 보니 12월 말부터 동백이 피어나는데, 봄이 오기까지 칼바람과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날이 적지 않습니다. 어느 날 밤, 눈보라가 휘날리고 바람 소리는 매서웠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뜰로 나가면서 ‘동백은 다 떨어졌을 거야…….’생각했는데, 꿋꿋하게 붉은 동백이 나뭇가지에 달려있었습니다. 그때 알았습니다. 낙화의 꽃 동백이지만,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그렇습니다.
동백은 때를 아는 꽃입니다.
피어있을 때와 떨어질 때를 아는 꽃,
유난히 올해는 동백이 의미 있게 다가오며 나를 사로잡습니다.*
(김민수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