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의 통과의례”
씨는 봄에 뿌린다는 것이 저의 상식이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런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씨마다 제각기 나름대로 성질이 있어서 심는 방법이 다릅니다.
씨 중에서 가장 단단한 것으로 알려진 것이 수유씨(산수유)인데, 살구씨나 복숭아씨보다도 더 단단합니다.
이렇게 단단한 씨앗은 가을에 심어야 봄에 싹이 트고 나무가 될 수 있습니다.
봄에 심으면 늦여름 즈음에 싹이 트긴 하지만,
긴 겨울을 날 정도의 든든한 줄기가 되지 않으므로 겨울에 얼어 죽습니다.
씨는 아니지만, 마늘은 늦가을에 심습니다.
늦가을에 심어 긴 겨울을 보낸 후에야 알싸한 향을 담은 마늘이 되는 것이지요.
봄이면 화사하게 피어나는 목련이나 진달래, 산수유, 생강나무의 꽃망울은 봄에 꽃이 진 후부터 꽃눈을 만들기 시작하고, 추운 겨울 몇 차례의 탈피를 겪은 후에야 비로소 꽃을 피우는 것입니다.
이런 특성 말고도 씨앗마다 음지를 좋아하는 것이 있고, 양지를 좋아하는 것이 있는가 하면, 반음반양에서 잘 되는 것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토란은 북을 주어야 알이 굵게 맺히지만, 마늘은 북을 주지 않고 뿌리담을 파헤쳐주어야 알이 굵게 맺힙니다.
그런데 모든 씨앗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같은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겨울과 목마름의 시간’이라는 것입니다. 우리의 삶도 꽃피우고 싶다면 ‘통과의례의 시간’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합니다.*
(김민수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