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 ‘히어리’라는 생소한 꽃을 경기도 가평에 있는 ‘아침고요수목원’에서 만난 적이 있습니다.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날에도 당당하게 피어난 꽃을 보면서 많은 위로를 받았습니다.
이후 꽃을 친구로 삼아 살아가면서 그를 꼭 한번 만나고 싶었지만, 이런저런 상황들 때문에 거의 20년 가까이 실물을 만나질 못했습니다. 올해도 누군가 이 꽃을 만났다고 하기에 마음먹고 ‘아침고요수목원’이라도 다녀와야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시간 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냥 올해도 못 보고 지나가려니 했습니다.
지난주, 미세먼지 없는 화창한 봄날 잠시 남산 소공원으로 산책하러 갔습니다. 그런데 그곳 여기저기에 히어리가 만발했습니다. 먼 곳으로 가야만 만날 수 있었다고 생각했던 그 꽃이 지척에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는 살면서 특별한 것은 멀리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일상에서 어렵지 않게 만나는 것은 하찮은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나의 일상인 것이 어느 누군가에게는 평생에 이루기 어려운 소원일 수 있으며, 내가 맞이하는 오늘은 어제 이 세상을 떠난 누군가가 간절히 원했지만 맞이하지 못했던 그날이기도 한 것입니다. 우리는 마음만 먹으면, 주일이면 교회에 나와 예배를 드릴 수 있지만, 아직도 지구촌 곳곳에는 목숨을 걸고 예배를 드리는 이들이 있습니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일상은 당연한 것이 아니라 아주 특별한 하나님의 선물입니다.
이제 3월이 가고 4월이 오면, 풀꽃에 이어 나무 꽃들도 완연하게 피어날 것입니다. 연록의 잔치가 시작되는 계절에 우리의 삶도 함께 피어나시길 기도합니다.*
(김민수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