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연록의 풀들이 올라오기 시작하면,
망태를 어깨에 둘러메고 토끼에게 줄 꼴을 베러 나가곤 했다
겨우내,
시래기나 비지찌꺼기, 저장해 두었던 무나 먹던 토끼들은
갓 베어온 싱그러운 풀을 맛나게도 먹었다
망태에 꼴을 담으면 '꼴망태'
그러나 꼴망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시인을 꿈구던 형의 망태는 시집이 들어있어 '시망태',
보릿고개 넘는 아이들의 망태에는 메꽃이나 냉이나 씀바귀가 들어있어 '나물망태',
여름엔 감자, 오이, 가지, 참외, 수박 한 덩이도 거뜬하니 '채소과일망태',
가을엔 도토리, 밤 들어있으니 '열매망태',
작아서 아이들도 거뜬히 들 수 있을 만큼이니 '귀염망태'다
기도
주님, 내 마음에 아름다운 것을 담고 살아가게 하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