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설교

칼럼

나 생각하고 줘, 하하하, 더 주까아?

  • 관리자
  • 2021-11-13 11: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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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 툭 투둑.... 고샅의 적막을 깨는 ‘뚜드는 소리’. 
가을의 타악(打樂)이다.
그 소리를 화살표 삼아 걸어 들어간 고샅, 박애자(순창 구림면 화암리 화암마을) 오매가 홀로 일하고 있다.
“가을인게 요새는 콩 뚜들제.”
가을에 할 일은 응당 그것이라는 듯하다.
꼬투리에서 나온 콩알들이 도란도란 다글다글 빛난다.
“예뻬. 이삔게 하제. 들꽤 참꽤 꼬추가 꽃보다 이삐제. 꽃은 볼 때 그뿐이여. 눈으로 잠꽌 기쁘제. 야들은 놈도 주고 나도 묵고.”
‘나도 묵고’보다 ‘놈도 주고’가 앞서는 어매가 말씀하신다.
“한 주먹 주까? 밥에다 놔묵어. 푸근푸근 맛나.”
두 손바닥 오므려 티끌 날아가라고 입으로 후후 까불라서 기어이 건네는 콩 한 봉다리.
“줘야 좋제. 오늘 첨 본 사람이문 주지 말라는 법 있다요. 욱에서 하느님은 다 보고 있어. 그래갖고 복을 주제. 지비 생각고 주가니, 나 생각하고 줘, 하하하. 더 주까아?”

-월간지 <전라도 닷컴> 11월호 이만치의 ‘오롯한 가을’ 중에서-

 

고향이 서울임에도 구수한 사투리를 들으면, 고향의 언어를 듣는 듯 친근합니다.
그런데 구수한 사투리에는 방언의 맛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살이가 들어있고, 시골에서 평생을 사는 어르신들의 삶의 철학이 들어있습니다. 오늘 소개한 글에만 해도 애써 추수한 콩을 나누면서 ‘당신 생각해서 주는 게 아니고, 은밀한 중에 다 보고 계시는 하나님께 복 받으려고 준다.’는 다소 이기적인(?), 그러나 밉지 않은 생각은 얼마나 예쁜지 모릅니다. 

거창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소박해도 하루하루 기쁘게, 선하게, 거룩하게 살아가면 하나님께서 기뻐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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