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갑니다.
빌딩숲에 갇혀 있을 때에는 계절의 변화를 느끼지 못했는데,
근교 숲길을 걷다보니 가을이 성큼 다가왔음이 바람에서도 느껴집니다.
가을 열매들이 익어갑니다.
열매는 바깥에서부터 안으로 익어간다고 합니다.
열매의 가장 중심에 있는 씨앗을 제대로 만들려면 모든 기운을 안으로 집중시켜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자란 씨앗만이 또 하나의 생명이 되어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가을을 바깥에서 안으로 향하는 계절입니다.
현대인들은 세상사에 온통 정신을 빼앗기며 살아가다가 자신의 영혼이 가출한 줄도 모르고 살아갑니다.
자기의 내면을 살필 겨를도 없이 그저 타인과 비교하고 경쟁하면서 살아가는 것이지요.
가을은 가출한 영혼을 내면으로 불러들이는 계절입니다.
영혼이 내 안을 살피게 하는 일을 통해서 우리는 하나님께서 주신 내 안의 씨앗을 여물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보랏빛 선명한 가을 꽃‘노인장대’가 고개를 푹 숙이고 피어 있습니다.
작은 꽃 한 송이마다 까만 씨앗을 맺고,
씨앗이 잘 여물면 더는 꽃이 버틸 수 없는 무게가 되어 땅으로 떨어집니다.
떨어진 씨앗 중에서 한 겨울의 추위를 견뎌낸 것들만이 봄에 싹을 틔우고 가을에 꽃을 피웁니다.
모든 씨앗이 싹을 틔우는 것이 아니라, ‘한 겨울 추위를 견뎌낸 것’만이 싹을 틔웁니다.
겨울을 보낼 수 있는 강인한 씨앗이 되려면,
천천히 바깥으로부터 안으로 익어가야만 합니다.
아무리 꽃이 화사해도 그 기운을 안으로 집중시키지 못하면 건강한 씨앗을 맺을 수 없습니다.
우리의 삶도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겉 사람은 후패하나 속사람은 날로 새로워지는 도다(고후 4:16).’이 말씀을 이루는 가을이 되길 바랍니다.*
(2021년 9월 12일 주보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