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설교

칼럼

나의 작은 텃밭에서

  • 관리자
  • 2026-05-31 11:00:00
  • hit192
  • 219.251.41.124

 

나의 작은 텃밭에 쪼그려 앉아 김을 맸다.
호미질에
녹슬었던 호미는 다시 빛을 얻고
딱딱했던 땅은 고슬고슬 부드러워지고,
잡초들이 하나 둘 뽑혀나갈 때마다 황토 흙이 드러난다. 

'연장은 사용할수록 빛난다.'는 것과
'우리 마음 속 잡초 같은 것들도 김매기를 해야 한다.'는 묵상을 한다. 
아무리 꼼꼼하게 김매기를 해도
잡초를 온전히 제거할 수 없을 것이며,
며칠 지나면 기어이 살아남은 잡초들이 또 자랄  것이다.
그래도 김매기를 한 만큼 밭은 깨끗해질 것이고, 결실도 늘어날 것이다.

어머니는 말씀하셨다.
"아무리 적어도 뽑아낸 잡초의 양만큼 열매가 더 열릴 거야."라고.
나는 그 말씀을 믿는다.
내 마음 밭의 잡초도 김매기 해야 한다. 하지만 다 뽑아내지는 못할 것이다.
죄의 근성이라는 것이 그렇다. 하지만, 김매기를 멈출 수는 없다.

내 마음 밭의 김매기는
말씀을 읽고 기도하는 순간이요,
거룩한 독서를 하고,
작아도 타자에게 나눔의 손길을 펴는 순간이고,
아파하는 이들의 편을 들어주는 일이다.


텃밭에서 잡초로 분류된 것들은 사실 잡초가 아니다.
잡초란, 가꾸지 않아도 저절로 나서 자라는 여러 가지 풀이다.
그 여러 가지 풀 중에서 돌나물, 들깨, 달개비, 비름나물, 꽈리, 씀바귀, 명아주 같은 것들이
나의 작은 텃밭에서는 잡초로 지목이 되어 뽑혀나갔다.
한때는 나물과 관상용으로 가꾸기도 했던 것이지만,
너무 퍼져서 다른 것들을 자라지 못하게 한다.
제국주의를 닮았다.
적당하게 솎아주지 않고 그냥 두면,
어머님이 가꾸시던 참취나 초롱꽃, 금낭화, 비비추, 머위 같은 것들이 그들의 기세에 질식해서 죽을 것이다.   

사실,
잡초는 없고 나의 작은 텃밭에서 잡초로 지목되어 뽑혀나가는 것들도
한 때는 귀한 나물로 밥상에 오르기도 하는 것들이다.
밭주인의 필요에 따라 잡초이기도하고 아니기도 한 것이다.
잡초든 아니든 생명의 관점에서 보면 모두 소중하고 귀한 존재다.
사라는 것이 농사의 속성 때문에 잡초로 분류되는 것일 뿐, 사실 잡초는 없는 것이다.
나는 살아생전 어머니가 좋아하시던 것들이 가꾸며
어머니를 추억하고자 하니 나름 귀한 나물들도 잡초로 분류된 것뿐이다.

오랫동안 쪼그려 앉아 김매기를 하니
육체노동과 거리가 먼 일상을 살아가던 몸이 여기저기 쑤신다.
풀섶의 모기들도 기승을 부리며 방해한다.
'김매기 싫은 놈 밭고랑만 센다.'더니만 남은 밭고랑을 보며 한숨을 쉰다.
그래도 멈추지 않고 하다 보니 끝이 보인다.
일이란 천천히 끈기 있게 하다보면 끝날 때가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느릿느릿 걸어가는 것을 좋아한다.

씨앗이 자라 결실을 맺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은 지리한 일이다.
하지만, 그 신비는 지리함을 잊게 한다.
시작이 있는 모든 일은 끝이 있기 마련이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그러니 좋은 일이 시작되었으면 겸손하고,
나쁜 일이 시작되었으면 끝날 날에 대한 희망을 품고 살 일이다.


책상머리에 앉아 묵상하는 것보다 
땀을 흘리는 육체노동의 과정에서 얻는 묵상이 더 깊고 생생하다.
육체노동의 기쁨은 여기에 있다.* 

게시글 공유 URL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