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설교

칼럼

그냥 흙으로 돌아가면 좋겠다

  • 관리자
  • 2026-05-05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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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대해 묵상할 때마다 나는 점점 말을 줄이게 된다.
이전에는 죽음 이후의 삶을 많이 생각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그냥 흙으로 돌아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는 흙에서 왔으므로 흙으로 돌아간다”는 말이 예전에는 형식적으로 들렸는데, 이제는 그 어떤 말보다 진실에 가까운 언어처럼 느껴진다. “돌아간다”는 말에는 왔던 곳으로 돌아간다는 조용한 귀환의 기운이 담겨 있다.

살아간다는 것은 무언가를 붙잡는 일처럼 보이지만, 실은 조금씩 놓아가는 과정이다. 손에 쥐고 있던 것들이 어느 날 힘없이 빠져나가고, 끝내는 비워지게 된다. 

어린아이가 태어날 때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쥐고야 말겠다는 듯 주먹을 꽉 쥐고 태어나지만, 죽을 때에는 그 쥔 손을 펴고 떠난다. 이것은 단순한 생리적 현상을 넘어 삶 전체를 보여주는 하나의 상징이라고 생각한다.

죽음은 마지막 비움이다.
죽음학을 공부하고, 죽음상담자격증을 딴 이후 나는 죽음 이후를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 죽음 너머의 삶, 부활과 영생을 말하지 않는 것은 그 신비를 쉽게 말로 규정하거나 단정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내가 살아보지 못한 것을 말하고 싶지 않음이기도 하다.

죽음은 누구도 직접 경험하여 설명할 수 있는 주제가 아니다.
우리는 다만 그 앞에서 겸손히 서 있을 뿐이다. 그래서 나는 죽음 이후의 삶을 말하기보다 지금의 삶을 더 이야기하고 싶다.

내가 살아온 날들, 내가 사랑했던 이들, 기쁨과 후회가 뒤섞인 시간들, 살아 있는 동안 관계를 맺고, 의미를 발견하며, 주어진 삶을 다하는 것. 그리고 때가 되면 그 죽음을 담담히 맞이하는 것.

어쩌면 이런 이야기들이 부활이나 영생이나 천국소망에 천착하는 것보다 신앙 안에서 품위 있게 죽음을 준비하는 하나의 길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는 때가 되면 그냥 흙으로 돌아가면 좋겠다.
너무 아픈 시간이 길지 않았으면 좋겠고, 사랑하는 이들이 사나흘 이별을 아쉬워한 뒤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나는 흙으로 돌아가 다시 자연의 일부가 되고, 풀꽃과 계절 속으로 스며들어 다른 생명의 밑거름이 되고. 그 또한 하나님이 허락하신 또 다른 방식의 머묾이 아닐까?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넘어 하나님의 부르심이 있다면, 그때는 그 부르심에 조용히 응하면 될 일이다. 그것이 영생의 삶, 부활의 삶, 천국을 소망하는 삶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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