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설교

칼럼

바람의 언덕에서

  • 관리자
  • 2026-03-01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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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낮게 드리워 있고 바다는 묵묵하다. 
수평선은 또렷하지만 그 너머는 끝내 보여주지 않는다.
바람의 언덕에 서면 세상이 넓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내가 작아진다.
그러나 그 작아짐은 초라함이 아니라 제 자리를 아는 감각에 가깝다.

키 큰 풀들은 바람을 온몸으로 받아낸다.
슬러 싸우지 않지만 그렇다고 무너지지도 않는다.
부러질 듯 휘어지면서도 뿌리를 놓지 않는다.

신앙도 이와 같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강해지기보다 깊어지는 것,
버티기보다 뿌리 내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 언덕은 조용히 일러준다.

멀리 바다 위에 작은 배 한 척이 떠 있다. 
광막한 수평선 위에서 점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분명 방향과 목적이 있을 것이다.
우리의 삶도 그렇다. 밖에서 보면 미미해 보이지만,
각자의 자리에서는 치열하게 오늘을 건너고 있다. 하나님 앞에서 그 수고는 결코 사소하지 않다.

바람은 쉬지 않고 지나가고 구름은 모였다가 흩어진다. 
모든 것은 변하는 듯 보이지만,
바다는 제 자리를 지키며 깊이를 품고 있다.
겉은 고요해도 속에는 흐름이 있다.
인생 역시 마찬가지다.
겉으로 드러난 파도보다 보이지 않는 내면의 흐름이 더 본질적이다.

바람의 언덕은 거창한 해답을 주지 않는다. 
다만 흔들리면서도 서 있는 법을 가르친다.
도움은 소란스럽게 오지 않는다. 하늘이 갈라지듯 오기보다,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한 걸음 더 버티는 힘으로 스며든다.
오늘도 바람은 분다.
나는 흔들린다.
그러나 뿌리는 여전히 땅을 붙들고 있다.
흔들림은 실패가 아니라 살아 있음의 증거다.

바람의 언덕에서 나는 그 단순한 진실을 다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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