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보다’의 명사형이라고 합니다.
봄은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계절이 아닙니다.
이미 있었으나 보이지 않던 것을 보게 하는 계절입니다.
겨울 동안에도 가지는 준비하고 있었고, 땅속에서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었지만 우리는 그것을 알지 못했습니다. 아주 작은 변화는 잘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봄은 갑자기 온 것이 아니라, 긴 겨울 쉼 속에서 준비했기 때문에 온 것이고, 누구나 비로소 봄으로써 봄을 알아차리게 된 계절입니다.
신앙도 이와 비슷합니다.
많이 보았다고 말하는 신앙보다, 오히려 보지 못했음을 아는 신앙이 더 깊은 신앙일 수 있습니다.
듣지 못했음을 아는 자만이 다시 들을 수 있고, 보지 못했음을 아는 자만이 새로운 시야 앞에 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성경의 예언자들도 미래를 내다본 사람들이 아니라, 먼저 부름을 들은 사람들이었습니다. 예언자를 뜻하는 nabi(부름받은 자)의 어원은 nabu(부르다)인데, 하나님이 부르셔서 들려준 말을 듣고, 그 말을 전한은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듣지 않았으면서 자기의 말을 하는 예언자는 ‘거짓 예언자’입니다.
요즘 우리는 너무 쉽게 보고, 너무 쉽게 말합니다.
그러나 신앙은 확신의 언어보다 침묵의 자리에서 더 자주 시작됩니다.
하나님을 다 보았다고 말하는 신앙보다, 아직 다 보지 못했음을 고백하는 신앙이 오히려 하나님 앞에 정직합니다.
봄은 조용히 묻습니다.
정말 보고 있는가, 아니면 보았다고 착각하고 있는가.
이 봄, 보지 못했음을 아는 신앙으로 다시 서기를 바랍니다.
그 고백 위에 비로소 새로운 신앙의 봄이 시작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