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설교

칼럼

'푸른 꽃' 앞에서

  • 관리자
  • 2026-01-25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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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낭만주의 시인 노블리스(Novalis)의 미완 소설 『푸른 꽃』에는
한 청년이 꿈속에서 본 ‘푸른 꽃’을 평생 찾아 나서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 푸른 꽃은 어떤 사물을 가리키기보다,
인간 내면 깊은 곳에서 솟아나는 그리움과 진리, 그리고 절대자를 향한 갈망의 상징입니다.
설명으로 붙잡을 수 없고, 계산으로 소유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노발리스는 말합니다. 
시인은 푸른 꽃을 설명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것을 먼저 알아보고 먼저 떨리는 사람이라고.
푸른 꽃은 분석의 대상이 아니라, 만남의 자리에서만 모습을 드러냅니다.
말로 소유하려 할수록 멀어지고, 침묵으로 머무를수록 선명해지는 존재입니다.

목사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말씀을 설명하기 전에, 그 말씀 앞에서 먼저 멈출 줄 알아야 합니다.
먼저 흔들리고, 먼저 자기 말이 늦어질 줄 알아야 합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우리가 다루는 재료가 아니라, 우리를 다루시는 음성이기 때문입니다.
경외가 사라진 자리에서 설교는 정보가 되고, 떨림이 사라진 자리에서 신앙은 습관이 됩니다.

푸른 꽃은 손에 쥐는 대상이 아니라 마음을 낮추는 자리에서 보입니다.
말이 앞설수록 꽃은 사라지고, 침묵이 깊어질수록 그 푸름은 또렷해집니다.
그래서 설교는 꽃을 꺾는 일이 아니라, 그 앞에서 함께 멈추어 서도록 초대하는 일입니다.

오늘도 우리는 말씀 앞에 섭니다.
많이 말하기보다 먼저 듣고, 쉽게 단정하기보다 먼저 떨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 떨림 속에서, 하나님은 여전히 말씀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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