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설교

칼럼

여기에 계시거늘

  • 관리자
  • 2025-12-21 05: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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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곱은 믿음의 확신을 가지고 길을 떠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형의 분노를 피해 어쩔 수 없이 집을 등진 도망자였고,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모른 채 광야로 밀려난 사람이었습니다. 

그날 밤, 야곱은 집도 성소도 아닌 곳에서 돌 하나를 베개 삼아 몸을 눕혔습니다.
바람은 차가웠고, 어둠은 깊었습니다. 그 밤은 두려움이 엄습하는 밤이었겠지요.
‘세상의 끝’에 서 있는 것 같았을 것입니다.
소설가 이승우는 '세상의 끝'이라는 산문집에서
"자기 자신이 가장 멀리 있다. 끝에 가야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자기 자신이다."고했습니다. 

그 세상의 끝에서 야곱은 꿈을 꿉니다.
하늘과 땅을 잇는 사다리, 오르내리는 천사들,
그리고 침묵 속에서 들려오는 하나님의 말씀. 

잠에서 깨어난 야곱은 놀라움 속에서 고백합니다.
"여호와께서 과연 여기 계시거늘 내가 알지 못하였도다." 
하나님은 그때 처음 오신 분이 아니었습니다.
야곱이 알지 못했을 뿐, 이미 그 자리에 계셨던 것입니다.

이승우의 산문을 접목시키면,
세상의 끝에서 자기 안에 있던 하나님을 만난 것입니다.
하나님이 늘 자신과 함께 계셨는데,
이제야 그 하나님을 만났으니, 비로소 자기 자신을 만난 것입니다.


대림절은 아기 예수님이 오셔서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시는 시간이 아닙니다.
여전히 우리가 걸어가는 길은 불확실하고, 마음도 흔들립니다.
그러나 광야 같은 자리에서도 하나님께서 함께 계심을 알아차리는 순간,
두려움은 우리를 삼키지 못합니다.

혼자라고 느꼈던 그 자리가 벧엘이 될 때,
우리는 비로소 자기 자신을 보게 되고 고백하게 됩니다.
여기에 계시거늘, 이제야 알게 되었다고.
그래서 하나님의 동행은 ’은폐된 동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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