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설교

칼럼

창립 70주년 주일을 감사하며

  • 관리자
  • 2025-11-16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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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의 계절입니다.
잎이 지고 바람이 불수록, 우리는 더 멀리 내다보게 됩니다.
모든 시작은 끝을 향하고,
모든 끝은 다시 시작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조용히 체득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올해로 한남교회는 창립 70년을 맞았습니다.
70년은 나무로 치면 고목입니다.
수많은 계절을 지나오며 바람과 비를 견뎌낸 가지,
때로는 가지치기를 당하고,
때로는 병들고 말라가기도 했던 시간입니다.

하지만 지금 이 자리까지,
그 나무는 꺾이지 않았습니다.
지탱하고,
버티고,
함께 뿌리를 내렸습니다.

이 자리에 우리가 함께 서 있는 건,
오직 우리의 힘으로 이룬 일이 아닙니다.
한 잎, 한 잎 자신을 내려놓았던 이전 세대의 기도와 헌신 위에 서 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그들의 삶도 ‘떨어지는 낙엽’처럼 조용히 땅으로 내려앉았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낙엽은 땅에 닿는 순간부터 새로운 생명의 거름이 됩니다.
떨어지는 것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다시 살아나는 시작이 됩니다.


교회도 그렇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이름들,
자신을 드러내지 않은 손길들,
말없이 교회를 붙잡아 온 수많은 이들의 삶이 이 공동체를 지금까지 지탱해왔습니다.
그 이름들을 다 기억할 수는 없지만,
하나님께서는 그 모든 낙엽 같은 삶들을 기억하십니다.
이제 우리는 다음 계절을 준비해야 합니다.

잎을 떨군 나무가 더 깊은 뿌리를 내리듯,
교회는 다가오는 시간을 향해 다시 단단해져야 합니다.
눈앞의 열매보다,
보이지 않는 뿌리를 신뢰하며,
우리 역시 언젠가 조용히 떨어질 준비를 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 아님을 우리는 압니다.
교회란,
떨어지는 것을 헛되이 보내지 않는 공동체이기 때문입니다.
올 가을, 교회 70년의 시간을 가만히 돌아보며 우리 또한 하나의 낙엽이 되어
다음 세대를 위한 거름으로 남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함께 이어진 시간들이 또 하나의 생명,
또 하나의 봄을 불러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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