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설교

칼럼

하나님의 침묵과 부재의 경험

  • 관리자
  • 2025-09-07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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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설명할 수 없는 고통과 부조리가 있다.
아이가 이유 없이 병들고, 무고한 이들이 억울하게 희생되고, 참사가 반복될 때, 사람들은 입을 모아 묻는다.

“하나님은 어디에 계십니까? 왜 침묵하십니까?”

성서는 이런 질문을 외면하지 않는다. 
욥기의 절규, 시편의 탄식, 예수의 십자가 위 외침—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이 모두가 신의 침묵과 부재의 체험을 보여준다. 신앙은 고통 없는 평탄한 길이 아니라, 오히려 고통 속에서 하나님의 부재와 마주하는 자리에서 시작된다.

20세기 신학자 본회퍼는 나치 수용소에서 신의 침묵을 경험했다.
그러나 그는 이렇게 고백했다.

“하나님은 전능을 앞세워 우리를 억지로 구원하는 분이 아니라, 약함 속에 함께 고난 받는 하나님”
이라고.

신의 부재처럼 보이는 순간,
하나님은 무능이 아니라 ‘함께 고통받음’으로 자신을 드러내신다는 것이다.

카프카는 인간의 삶을 부조리의 연속으로 보았고, 카뮈는 “부조리에 맞서 반항하는 인간”을 노래했다. 하지만 신앙의 언어로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부재로 보이는 순간에도, 하나님은 우리를 완전히 버린 적이 없다고. 오히려 침묵은 인간이 성숙하게 질문하고, 진실하게 살아가도록 이끄는 여백일 수 있다.

신의 침묵과 부재는 신앙의 위기를 낳지만, 동시에 신앙의 성숙을 만든다.
하나님이 응답하지 않는 것 같은 어둠 속에서, 우리는 믿음이란 ‘확신’이 아니라 ‘붙듦’임을 배운다. 흔들리고 부서지면서도 붙드는 것, 그 자리에 신앙이 있다.

오늘도 세계 곳곳에서 신의 침묵은 논쟁이 된다.
그러나 그 침묵을 절망으로만 볼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의미를 묻고 발견하는 자리로 볼 것인가는 우리에게 달려 있다.

신의 침묵은 부재의 증거가 아니라,
우리가 더 깊은 삶과 믿음으로 들어가도록 이끄는 통로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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