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설교

칼럼

전도서 묵상14 - ‘하나님의 때, 인간의 수고’(3:9-15)

  • 관리자
  • 2025-07-18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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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하나님의 때, 인간의 수고’(3:9-15)

이제 나는 깨닫는다.
기쁘게 사는 것, 살면서 좋은 일을 하는 것, 사람에게 이보다 더 좋은 것이 무엇이랴!
(전도서 3:12)

 

사람은 수고하며 살아간다. 
흙에서 왔으니 흙을 일구고, 땀 흘려 일하며 양식을 얻는다. 

전도자는 묻는다. 

“일하는 자가 자기 일로 말미암아 무슨 유익을 보겠는가?”(3:9) 

이 물음은 삶의 근본적인 회의가 아니다. 
오히려 하나님의 섭리 안에서 인간의 자리를 성찰하려는 지혜자의 물음이다.

하나님은 사람에게 ‘할 일’을 주셨고,
그 일은 ‘수고’이기도 하며 ‘선물’이기도 하다(3:10). 
인간은 자신이 행하는 모든 일을 자신의 뜻으로 주관한다고 여기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우리는 크로노스의 시간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지만,
인생은 예기치 않은 계절, 
불현듯 찾아오는 카이로스의 순간 속에서 뒤흔들리곤 한다. 
때로는 멈춰야 할 때를 모르고 달리고, 
때로는 기다려야 할 때에 조급함을 견디지 못한다. 

그리하여 지혜자는 고백한다. 

“하나님이 모든 것을 때에 맞게 아름답게 만드셨고,
사람들에게는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도 주셨지만,
사람이 하나님이 하시는 일의 시종을 능히 알 수 없다.”(3:11)

 

이 한 구절은 인간 실존의 중심에 있는 두 긴장을 동시에 보여준다.
하나는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이고, 
또 하나는 ‘하나님의 섭리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음’이다. 

인간은 하나님을 닮아 창조되었기에 
영원을 향한 갈망이 내면에 새겨져 있다. 
그러나 인간은 하나님이 아니기에, 
그 갈망은 언제나 부족하고 모호하다. 
영원한 진리와 의미를 깨닫고자 하는 열정이 있지만, 
그 전체를 소유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지혜자는 이렇게 고백한다. 
“기뻐하며 선을 행하는 것이 사람에게 가장 좋은 줄을 안다.”(3:12) 

지금 여기, 
주어진 시간 속에서 감사하고 기뻐하고, 누리는 것. 
이것이 하나님께서 사람에게 허락하신 길이다. 
먹고 마시며 수고하는 것, 그것이 곧 하나님의 선물이다(3:13). 

이 삶을 살아낼 수 있는 능력도 결국 하나님께서 주신다. 
삶은 주어지는 것이지, 쟁취하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하루하루를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겸손한 자의 신앙이다.

지혜자는 덧붙인다.
“하나님께서 행하시는 모든 것은 영원히 있을 것이라.
더할 수도, 뺄 수도 없다. 
하나님이 이같이 행하심은 사람들이 그의 앞에서 경외하게 하려 하심이라.”(3:14) 

 

인간은 아무리 애써도 하나님의 일에 뭔가를 더하거나 뺄 수 없다. 
우리의 지혜와 수고는 하나님 앞에서 작은 것이며, 
결국 우리는 그분을 ‘경외’하는 데로 이끌려야 한다. 

지혜의 완성은 경외에 있다.
삶은 늘 바쁘고, 인간은 무엇인가를 성취하려 열심을 다하지만, 
모든 것이 결국 하나님의 때에 이루어진다. 

지혜롭다는 것은,
모든 것을 내가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아는 것이며, 
그 자리에서 주어진 삶을 충실히 살아가는 일이다. 
전도서의 말처럼, 
사람은 그저 입을 닫고(말을 줄이고), 
지갑을 열고(나누며), 
지금 여기에서 주어진 하루를 소중히 살아가는 것이 지혜다.

철든다는 것은 그 진실을 아는 일이다. 

철이 든다는 것은 시간을 안다는 것이며, 
자신의 때를 아는 것이다. 
‘지금’이라는 이 찰나의 시간 속에서, 
하나님의 숨결을 느끼고, 영원의 문을 노크하는 일. 

그것이야말로 신앙의 본질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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