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설교

칼럼

전도서 묵상 13-때를 아는 삶(3:1-8)

  • 관리자
  • 2025-07-17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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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때를 아는 삶(3:1-8)

“무엇이든지 일이 있는 데는 다 때가 있고, 
하늘 아래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는 기한이 있다.”
– 전도서 3:1

 

무엇이든지 일이 있는 데는 다 때가 있다. 
하늘 아래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는 기한이 있다. 
전도자가 전한 이 말은 
단순히 시작과 끝이 있다는 사실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모든 삶의 순간은 각기 고유한 의미의 결을 따라 흐르며, 
그 속에는 보이지 않는 섭리와 질서가 담겨 있다.

히브리어로 ‘때’는 에트(עֵת)다. 
이 단어는 단순한 ‘시간’이 아니라 
삶의 깊은 의미가 드러나는 ‘의미 있는 순간’을 뜻한다. 
사람들은 흔히 시간 속에 살지만, 
의미 있는 순간을 살아내는 일은 어렵다. 
의미 없는 반복 속에서 무의미에 빠지는 일도 많고, 
순간의 소중함을 놓친 채 지나치는 경우도 많다.

하늘 아래의 시간은 제만(זְמָן)으로, 
정량적이고 유한한 시간이며,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흐른다. 
그러나 그 시간 속에서 
어떤 의미를 발견하고 어떤 변화를 만들어내는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제만의 시간 속에서 우리는 에트의 순간, 
하나님이 허락하신 카이로스의 시간을 발견해내야 한다.

삶의 변화는 거창한 사건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문득 스쳐 지나가는 말 한마디, 
한 계절의 빛깔 변화, 
문득 찾아온 침묵의 시간 속에서 삶의 전환점이 생기기도 한다. 
찰나의 시간이 깊이 있는 순간으로 바뀌는 때가 있다. 
그렇게 찰나의 순간이 영원의 시간으로 바뀌는 일이 사람의 인생에 일어난다.

전도자는 
슬픔과 기쁨, 
태어남과 죽음, 
시작과 끝, 
전쟁과 평화가 모두 저마다의 때에 따라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인간은 그 시간을 다 알 수 없지만, 
삶의 시기마다 그 시기에 맞는 마음의 자세를 익힐 필요가 있다. 
때를 아는 삶은 아름답고, 때를 모르는 삶은 어그러지기 쉽다.

철이 든다는 것은 바로 이 ‘때’를 아는 것이다. 
양적인 시간만 흐른다고 철이 드는 것은 아니다. 
시간의 의미를 이해하고, 
찰나의 순간을 존중하고, 
때를 놓치지 않으려는 태도가 있을 때 철이 든다.

철이 든 사람은 조급하지 않다. 
말보다 표정이 앞서고, 판단보다 기다림이 익숙하다.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한걸음 물러나 바라보는 법을 배운다. 
봄날의 벚꽃 아래에서 생의 덧없음과 동시에 아름다움을 보는 사람, 
그것이 철이 든 이의 눈이다.

회자되는 말 중에
“입은 닫고 지갑을 열라”는 말이 있다.
지혜로운 노년의 삶을 살아갈 때 꼭 필요한 말이 아닌가!
나이 들어서까지 말이 많고 고집만 세면 주변은 점점 멀어진다. 
지혜로운 노인은 자기의 때를 알고, 
그 때를 감사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다. 
침묵으로 삶을 돌아보고, 넉넉함으로 다음 세대를 바라본다.

오늘날에는 철이 철답지 않다. 
봄이 봄 같지 않고, 여름이 여름답지 않은 기후 위기의 시대다. 
이는 인간이 자신의 때를 모르고 살아온 결과다. 
자연의 순환은 인간의 탐욕으로 무너지고, 
계절은 예측할 수 없는 재해가 되어 돌아온다. 
사람의 삶도 마찬가지다. 
때를 알지 못하고 살아간다면 삶은 무너지고, 그 안에서 질서를 잃는다.

전도서가 전하는 ‘때’는 
그런 점에서 크로노스의 시간 속에 있는 존재인 인간에게 
지금 여기를 제대로 살라는 말이다. 
삶은 언제나 제만의 시간 안에 있지만, 
그 속에서 ‘에트’의 순간, 하나님의 시간을 발견해내는 일이 인생의 지혜다.
철이 든다는 것은 시간을 흐르게 두되, 
의미 없이 흘러가게 두지 않는 태도다. 
오늘을 무심히 흘려보내지 않고, 
지금 여기에 깃든 하나님의 뜻을 발견하고자 하는 마음이다.

전도서의 지혜는 간명하게 요약할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입은 닫고, 지갑은 열라!”
때를 아는 지혜는 그렇게 단순하고도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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