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설교

칼럼

전도서 묵상 8 - 바람을 잡으려는 삶

  • 관리자
  • 2025-07-11 06:00:00
  • hit220
  • 219.251.41.124

8. 바람을 잡으려는 삶

“나는 해 아래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보았다. 그런데 그것은 다 헛되고 바람을 잡으려는 것이었다.”– 전도서 1:14 

 

 

전도자의 눈은 넓고 깊다.
그는 단지 개인의 삶을 보지 않았다.
그는 ‘해 아래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바라보았다.
삶의 전체, 역사의 궤적, 인간 군상의 분투와 욕망, 모든 것을 관찰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말한다.
“그것은 다 헛되고 바람을 잡으려는 것이었다.”

이 말은 전도서의 상징이자 핵심이다.
“헛됨”과 “바람을 잡으려는 것.” 이 두 표현은 단순한 절망이 아니다.
그것은 존재와 시간, 인간의 욕망에 대한 깊은 통찰이며, 삶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신학적 성찰의 문이다.

바람은 잡을 수 없는 것이다.
히브리어 원문에서 ‘바람’은 “רוּחַ (루아흐)”로, 공기, 호흡, 영, 혹은 하나님의 영까지도 뜻하는 단어다.
그러나 여기서는 잡으려 하지만 잡히지 않는 것, 분명히 존재하지만 형태를 가질 수 없는 것, 즉, 무의미를 향한 집착을 상징한다.

전도자는 삶의 수고, 지혜의 탐구, 부의 축적, 권력의 경쟁, 쾌락의 추구, 이름의 영속성 모두를 ‘바람을 잡는 것’에 비유한다. 아무리 손을 뻗어도 잡히지 않고, 잡았다 해도 머지않아 사라지는 것들, 그것이 해 아래서 인간이 집착하는 것들의 본질이다.

문제는, 바람을 잡으려는 우리다.
인간은 바람이 바람인 줄 알면서도 그것을 움켜쥐려 한다. 더 많은 것을 소유하면 안정이 올 것이라 믿고, 더 높은 자리에 오르면 존재가 보장될 것이라 착각한다. 그러나 전도자는 거기서 벗어난다.  
 
그는 말한다.
“내가 본 모든 것들은 결국 바람을 잡으려는 것이었다.”
이 고백은 허무주의와 다르다. 허무주의는 삶의 의미 자체를 부정하지만, 전도자는 삶의 의미를 잘못된 대상에서 찾고 있는 인간의 허상을 고발한다. 진짜 문제는, 잡히지 않는 것을 잡으려는 시도, 붙들 수 없는 것을 붙들고 있는 집착, 그 자체다. 이것이 새 것이라고는 없는 해 아래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그래서 해 아래에서 일어나는 일은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된 것이다. 

지혜조차 바람을 잡으려는 것일 수 있다.
앞서 13절에서 전도자는 지혜를 탐구하는 일이 고된 일이라고 말했다.
그 일은 하나님이 맡기신 일이었지만, 그 지혜조차 결국은 바람을 잡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왜냐하면, 해 아래에서의 모든 시도는 한계 안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지혜가 있어도 세상을 바꾸기 어렵고,
진실을 말해도 귀를 막고 있으며,
정직하게 살아도 불이익을 당하는 현실, 그 모든 상황 속에서 우리는 지혜마저도 무력하게 느낀다.
지혜가 우리를 구원하지 못할 것 같고, 오히려 더 깊은 고통을 낳는 것 같을 때가 있다.
그래서 전도자는 심지어 지혜마저도, 바람을 잡으려는 행위처럼 보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바람을 잡지 말아야 할까?
우리는 여기서 멈추어 서야 한다.
정말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
정말 모든 것이 헛되다면, 무엇을 향해 나아가야 하는가?
여기서 다시 ‘하나님 아래’라는 시선이 필요하다.
해 아래서의 모든 것이 헛되다면, 그 해를 넘어서야 한다.
그 시간과 조건의 경계를 넘어야 한다.
바람을 잡으려는 인생에서 벗어나 하나님의 숨결을 느끼는 인생으로 전환해야 한다.
하나님의 영 (ruach)은 우리에게 생명을 불어넣으신 창조의 영이며, 지혜를 주시는 성령의 호흡이다.
그 바람은 잡는 것이 아니라, 따라 걷는 것, 순종하며 듣는 것이다. 삶의 의미는 ‘잡는 것’이 아니라 ‘받는 것’이다. 

전도자는 결국 인생이 잡는 것이 아님을 말한다.
소유하려는 삶은 헛되다.
통제하려는 삶도 헛되다.
그러나 주어지는 것을 기꺼이 받는 삶은 다르다.

은총은 얻는 것이 아니라, 받는 것이다.
지혜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묵상과 고요 속에 하나님께서 주시는 것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렇게 살 때, 우리는 더 이상 바람을 잡으려는 사람들이 아니라, 하나님의 호흡에 귀 기울이는 자가 될 수 있다.
바람을 잡으려는 자는 항상 지치지만, 하나님의 숨결에 따라 사는 자는 매일을 새롭게 살아간다.

게시글 공유 URL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