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설교

칼럼

전도서 묵상 3 - 세대는 흘러가고, 세상은 그대로인가?

  • 관리자
  • 2025-07-05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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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세대는 흘러가고, 세상은 그대로인가?

“한 세대가 가고, 또 한 세대가 오지만, 세상은 언제나 그대로다.”
(전도서 1:4) 



전도자는 시간의 흐름을 바라본다.
그의 시선은 사람에게 머물러 있지 않고, 세대라는 더 넓은 시간의 단위로 확장된다.
“한 세대가 가고, 또 한 세대가 오지만, 세상은 언제나 그대로다.”
이 말은 마치 냉소적인 선언처럼 들린다.
세대가 교체되어도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듯한…

그러나 정말 그럴까? 
세상은 언제나 그대로일까?
우리는 이 구절을 두 가지 방식으로 읽을 수 있다.
하나는 자연의 순환성을 강조하는 관점이고, 다른 하나는 존재의 반복 속에 깃든 유일성을 인식하는 관점이다.

전도자가 바라본 자연은 끊임없이 반복된다.
해는 뜨고 지며, 바람은 돌고 돌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며, 모든 강물은 바다로 흐르되 그 바다는 넘치지 않는다. 이는 이어지는 5–7절에 묘사된 이미지로, 자연의 질서와 순환성은 변하지 않는 듯 보인다. 전도자는 바로 이 변함없는 흐름 속에서 인간 존재의 무상함을 대조적으로 부각시킨다. “세상은 그대로다”는 말은, 어쩌면 인간이 그렇게 노력해도 자연은 개의치 않고, 제 갈 길을 간다는 현실 인식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이 말씀을 다른 방향으로도 읽을 수 있다.
정말로 세상이 그대로일까?
단 한 번도 같은 날은 없다.

한 세대가 떠나고 또 다른 세대가 오지만, 그 세대는 이전 세대와 같지 않다.
어제와 오늘의 하늘은 닮았지만 결코 같지 않고, 강물은 언제나 흐르지만 그 물은 한순간도 동일하지 않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는 “같은 강물에 두 번 발 담글 수 없다”고 말했다.
그 말처럼, 자연은 반복되지만 동일하지 않다. 순환은 존재하지만, 반복은 완전한 복사가 아니다. 오히려 순환은 새로움의 방식이다. 어제의 해는 오늘의 해와 다르고, 어머니의 눈빛은 딸의 눈빛 안에 닮아 있으되, 결코 같지 않다. 이것이 바로 존재의 신비다.
세상은 같아 보이지만, 결코 같지 않다.

그렇다면 전도자의 말은 틀렸을까?
그렇지 않다.
그는 해 아래서, 인간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본다.
그의 냉정한 통찰은,
인간의 야망과 성취가 시간 앞에 얼마나 무력한지를 고발하는 표현이다.

“세상은 그대로다”는 말은, 세상이 정말 복사된 듯 정지되어 있다는 말이 아니라, 인간이 바꾸려 발버둥 쳐도 바뀌지 않는 근원적 질서를 가리킨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우리는 ‘진리’라는 개념과 마주하게 된다.

자연은 끊임없이 흐르면서도 그 질서를 유지한다.
이는 마치 ‘진리’와 닮았다.
진리는 변하지 않지만, 언제나 새롭게 경험된다.
계절은 바뀌지만 봄은 봄이고, 가을은 가을이다.
시간은 흐르지만 하늘은 하늘이고, 별은 별이다.
진리는 자연스럽고, 자연은 진리를 닮았다.
진리는 억지로 새로워지지 않는다.
오히려 진리는 그 자리에 머물러 있음으로써, 흘러가는 것들에게 방향을 준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전도서 1장 9절의 고백, “해 아래 새 것이 없다”는 선언도 단순히 ‘진부함’의 표현이 아니다. 이 말은 “지금이라는 시간은, 이미 존재해온 모든 것의 총합이며, 새로움은 없지만 그 안에 늘 새로 경험되는 의미가 있다”는 역설적 진리를 담고 있다.
이 고백은 또한 창조의 질서를 부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을 존재의 신비이자 선물로 받아들이는 마음이다. 세상은 바뀌지 않지만, 그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바뀔 수 있다. 그러면 그 순간, 같은 하늘도 새롭게 다가오고, 같은 하루도 은총이 된다.

찬양의 한 소절이 떠오른다.

“해 아래 새 것이 없나니 / 이 죄인 살리신 주”

그렇다.
해 아래 새 것은 없다.
그러나 바로 그 해 아래에 죄인 하나가 구원받는 사건이 일어났다.
새 것은 없지만, 새 생명은 있다.
모든 것이 반복되는 세상 속에서도, 하나님의 은혜는 결코 진부하지 않다.

전도자는 절망의 언어로 묻는다.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그 말 속에서 희망의 질문을 발견한다.
“나는, 나의 시선은, 나의 존재는 달라질 수 있는가?”
그리고 이 물음에, 삶은 다시 시작된다.

반복 속에서 길을 찾고,
순환 속에서 빛을 보며,
‘변하지 않는 것’ 속에서
항상 새롭게 경험되는 진리를 향해 나아가는 여정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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