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설교

칼럼

욥기 묵상 31 - 나는 그렇게 살고 싶었다

  • 관리자
  • 2025-06-19 06:00:00
  • hit323
  • 219.251.41.124

욥기 31장- 나는 그렇게 살고 싶었다


욥은 마지막으로 입을 연다.
그 어떤 항변도, 친구들의 정죄도 이제 멈췄다.
그는 자신의 삶을 하나님 앞에 낱낱이 드러내며 말한다.
그 말은 자랑이 아니라,
정직하게 살고자 했던 날들의 고백이며,
그 앞에서 벌거벗은 영혼의 결산이다.
 
“내 눈과 약속을 맺었네.
그런데 내가 어떻게 젊은 여자를 두고 딴 생각을 품겠는가?”(31:1)

 
욥은 조용히 자신의 삶을 항목별로 되돌아본다.
성적인 순결,
경제적 정직성,
종과 고아,
과부에 대한 공감,
나그네에 대한 환대,
원수를 향한 자비,
금에 대한 절제,
땅과 자연에 대한 책임…
 
“내가 헛것과 함께 다녔는가?
내 걸음이 내 갈 길에서 벗어났는가?
내 마음이 내 눈을 따라갔는가?
내 손에 더러운 것이 달라붙었는가?
댈 데 없는 사람들의 바람을 내가 들어주지 않겠는가?
......”

 
욥은 그 모든 삶을 돌아보며 말한다.
“나는 그렇게 살고자 애썼다.”
그 말은 완벽하게 살았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부끄럽지 않게 살아가려 했던 의지의 표현이다.
 
욥의 말은 자만이 아니다.
그는 스스로를 “죄 없다”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
“나는 진실하려 애썼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고 싶었던 것이다.
이런 말은 자기 삶을 책임 있게 살아온 자만이 할 수 있는 고백이다.
 
체코 작가 밀란 쿤데라(Milan Kundera, 1929~2023)는  말한다.

“인생이란 한번 사라지면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한낱 그림자 같은 것이고,
그래서 산다는 것에는 아무런 무게도 없고, 우리는 처음부터 죽은 것과 다름없어서,
삶이 아무리 잔혹하고 아름답고 혹은 찬란하다 할지라도 그 잔혹함과 아름다움과 찬란함조차도 무의미하다는 것이다.”1)

그러나 그는 무의미한 삶일지라도 기억하여 기록하는 책임을 다한다.
 
욥은 돌아보니 
자신의 삶이 한낱 그림자 같고,
아무런 무게도 없으며,
죽은 것과도 다름없는 인생임을 안다.
하지만, 무의미한 것만은 아니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삶에 대해 말한다.
자신의 삶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자는,
완벽한 삶을 살지 못했더라도 자신의 삶을 책임 있게 살아온 자이다.
 
욥은 이렇게 말한다.
“나는 그렇게 살고 싶었다.”
그 말 안에는하나님 앞에서 흔들리더라도
제 아무리 가벼운 존재의 삶이라고 할지라도중심을 잃지 않고 살아가려는 노력이 담겨있다.
 
믿음은 말이 아니라 삶이며,
그 삶을 진실하게 돌아볼 수 있다는 것은  신앙이 깊다는 증거다.
 
다자이 오사무(津島修治, 1909~1948)의 『인간 실격』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2)
 
그렇다.
우리는 저마다 부끄러운 삶을 살아가지만,
부끄러움 속에서도 따뜻함을 향해 걷는 존재이며,
그렇게 살고 싶었고, 그렇게 살았노라 말하는 것은 
자만이 아니라, 오히려 깊은 겸허의 고백이다.

김응교 시인은 이렇게 말한다.

“첫 문장은 곧 마지막에 결정하는 마지막 문장입니다.”3)

욥의 마지막 말,
“나는 그렇게 살고자 애썼다”라는 말은 욥기에서 이야기하고자하는 결정적인 문장이 아닐까? 

그렇게 살고자 애썼지만, 
그렇게 살지 못한다고 해서 실패한 것이 아니다.
부끄럽다고 실패한 것이 아니다.
자기 삶을 돌아보면 누구나 부끄럽다.
아쉬움 없는 삶은 없고, 흔들리지 않은 시간도 없다.
중요한 것은 흠이 없는 완벽함이 아니라, 
흔들림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으려는 의지다.
“그렇게 살고자 애썼다”고 말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욥은 말한다.
“나는 그렇게 살고 싶었다”

그 말은 자만이 아니라,
부끄러움을 끌어안고도 하나님 앞에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용기다.
삶을 성찰하고,
그 성찰 앞에서 낯을 들 수 있는 사람은 
완전해서가 아니라, 책임 있게 살아온 사람이다.
우리 모두는 부끄러움 많은 생애를 살아가지만,
그 부끄러움 속에서도 
‘살고자 했던 마음’을 잃지 않았다면,
그것이 바로 믿음의 사람이고, 그 믿음은 사람을 사람답게 한다.


주:
[1] 밀란 쿤테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민음사, 이재룡 옮김, 2012, p.9.
[2] 다자이 오사무, 『인간실격』, 민음사, 김춘미 옮김, 2009, p.9.
[3] 김응교, 『섯 문장은 마지막 문장이다』, 마음산책, 2023, p.9.

게시글 공유 URL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