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봄, 슈퍼푸드 중 하나인 ‘병아리콩’을 샀습니다.
딱딱하게 마른 상태라 불리려고 물에 담가두었는데,
두어 시간 지나니 비썩 마른 콩에서 하얀 뿌리가 나왔습니다.
괜히 아깝기도 하고,
과연 이 콩이 싹을 틔울까 궁금하기도 해서 화분여기저기에 에 심었지요.
3주 정도는 소식이 감감하더니 초록 싹이 올라왔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줄기가 자라 연둣빛 잎이 나고, 작고 앙증맞은 하얀 꽃을 피웁니다.
꽃의 크기는 완두콩 꽃의 1/4정도 작습니다.
아마도 그래서 ‘병아리’라는 이름이 붙었나봅니다.
식물 이름에 ‘병아리’가 붙으면 ‘작은 꽃’이거든요.
요즘엔 꽃이 진 자리마다 작은 콩꼬투리가 열리고 있습니다.
처음엔 봄의 싱그러움이 전부인 줄 알았는데,
여름이 되니 열매가 보입니다.
여름이 오지 않았다면 이 작은 열매도 만날 수 없었을 겁니다.
여름이 고맙다고 느낀 건, 참 오랜만이었습니다.
여름은 늘 덥고 불편한 계절로 여겨지기 쉽지만,
자연은 그 시간을 탓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긴 햇살을 양분 삼아, 묵묵히 익어갑니다.
열매를 맺는 나무처럼,
우리 삶도 그런 시간들을 지나며 속을 채워갑니다.
때로는 덥고 지치고, 힘든 날도 있겠지만,
그 모든 순간이 헛되지 않음을 기억하십시오.
계절이 하나도 빠짐없이 필요하듯,
우리 인생의 모든 시간이 결국은 열매를 향해 가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도 조금씩 익어가는 당신에게, 여름은 말없이 햇살로 당신을 응원하고 있습니다.
모든 날, 모든 계절,
우리가 살아 숨 쉬며 만나는 모든 것은 신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