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설교

칼럼

찔레꽃 필 무렵

  • 관리자
  • 2025-05-25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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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레꽃이 피는 계절이면 어린 시절의 어느 오후가 떠오른다.

숲으로 접어드는 오솔길 초입에 하얗게 피어난 찔레꽃. 
그 향기는 은은하고도 깊어서, 가까이 다가갈수록 좋았다.
가끔 찔레의 연한 순을 따 먹기도 했는데, 
봄 햇살을 품은 그 연하고 텁터름한 한 맛이 입안에 오래 남곤 했다.

찔레는 겉보기에 연약한 꽃이다. 
한 손에 가볍게 올려도 부서질 것 같은 꽃잎, 
바람에 흔들리면 금세 떨어질 듯한 그 모습. 
그런데 그 꽃을 지탱하는 줄기에는 날카로운 가시가 숨어 있다. 


하지만,
찔레의 가시는 누군가를 찌르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함이며, 
동시에 찔레덩굴 사이에 숨은 작은 생명들을 보호하기 위한 
울타리
이기도 하다.

실제로 찔레 덤불 안에는 새들이 둥지를 틀고, 
들고양이와 토끼 같은 작은 짐승들이 숨어들곤 한다. 
세상의 시선으로부터, 
사나운 포식자의 공격으로부터 찔레 속으로 몸을 숨기는 것이다. 


찔레의 가시는 결코 따갑게 남을 찌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상처 입지 않기 위한 마지막 울타리'이며, 
누군가를 보호해주는 울타리다.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우리도 각자의 가시를 갖게 된다. 
무례한 말에 맞서거나,
억울함을 감당하며 살아남아야 할 때,
그 가시는 우리를 부끄럽지 않게 지켜준다.


그러나 그 가시가 너무 날카로워 다른 이들을 찌르게 될 때는 다시 찔레꽃을 떠올려야 한다.
연약하되 향기롭고, 가시를 품되 그늘을 내어주는 존재.

찔레꽃 필 무렵이면 나는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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