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설교

칼럼

[시론] AI 시대의 인간과 종교

  • 관리자
  • 2025-04-22 10: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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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의 인간과 종교
– 고통을 알고, 의미를 묻는 존재로서의 인간 –


 

1. 인간의 자리를 묻다

4차 산업혁명과 AI 시대라는 말이 일상이 되었다.
생각하고, 쓰고, 말하고, 심지어 그림까지 그리는 인공지능의 발전 앞에서 우리는 근본적인 질문을 다시 던지게 된다.


“인간은 과연 어떤 존재인가?”
“우리는 무엇으로 인간다움을 말할 수 있는가?”


문명의 진보가 오히려 인간의 실존을 위협하는 모순 앞에서, 종교는 다시 인간을 묻고, 인간의 존엄을 증언해야 한다.
AI 시대에, 종교는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
무엇을 지켜내야 하는가?

2. 기호는 말하지만, 고통은 없다

AI는 시를 쓰고, 설교문도 작성하며, 철학적 대화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고통 없는 말하기’, ‘경험 없는 언어’일 뿐이다.
AI는 고통을 시뮬레이션할 수는 있지만, 고통을 ‘느끼는 존재’는 아니다.
고통이 없다는 것은 죽음도, 상처도, 회복도, 기다림도 없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AI는 의미를 창조하지 않고, 기호를 조합하여 의미를 흉내 낼 뿐이다.

이 점에서, 종교적 신앙은 AI의 언어와 본질적으로 구분된다.
신앙은 고통 속에서 '왜?'를 묻고, 절망 속에서 '그러나'를 말하는 언어이기 때문이다.
 

3. 의미는 생명에서만 태어난다

의미는 살아 있는 존재만이 만들어낼 수 있다.
AI는 “의미 있는 것처럼 보이는” 표현은 할 수 있어도, 그 표현이 나올 수밖에 없었던 삶의 배경과 눈물과 침묵을 품지는 못한다.

십자가의 예수를 떠올려보자.
그분의 말씀이 힘을 가지는 이유는 그분이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를 진짜로 외쳤기 때문이다.

그 고통은 연극이 아니었고, 그 침묵은 알고리즘이 아니었다.
AI는 자기 보존을 위해 프로그램화될 수는 있지만, 죽음을 두려워하거나, 고통을 의미화하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의미는 언제나 살아 있는 자의 몫이다.
 

4. 범재신론과 인간 이해 

나는 전능한 초월적 신 개념보다는 화이트헤드의 ‘범재신론(Panentheism)’에 더 큰 공감을 갖는다.

이 관점은 세계는 하나님 안에 있으되, 하나님은 세계보다 크신 분이라는 신학이다. 이 신학은, 고통을 겪는 인간 안에도 하나님이 계신다고 말한다. 그리고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존재로서, 자유롭게 응답하고, 의미를 부여하며, 관계를 창조할 수 있는 생명이다.

AI는 자유의지를 흉내 낼 수는 있지만, 사랑의 책임을 질 수는 없다.
기계는 지시받은 대로 반응하지만, 인간은 고통을 뚫고 사랑을 선택할 수 있다.
그 선택이야말로 신과 닮은 인간의 자리이다.
 

5. 종교는 인간을 지키는 최후의 언어 

종교는 단지 초월자의 존재를 말하는 학문이 아니다.
종교는 의미가 무너진 시대에, 의미를 회복하려는 존재의 언어다.
AI가 모든 지식을 공급해도, 인간은 여전히 기도할 것이다.
아무도 듣지 않는 것 같은 그 기도는, “살고 싶다”는 존재의 절규이기 때문이다.
종교는 AI가 대신할 수 없는 인간 내면의 침묵, 기다림, 회개, 소망, 사랑이라는 시간의 언어를 지켜내야 한다.

 

6.  인간의 회복은 종교적 사유에서 시작된다

AI는 앞으로 더 많은 일을 대신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존재와 고통과 사랑은 결코 위임될 수 없다.
종교는 기술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이 넘볼 수 없는 인간성을 지켜내는 자리이다.

종교는 외친다.
“하나님은 기계가 아닌, 살아 있는 인간의 고통 속에 계신다.
생명 없는 존재는 침묵하나, 생명 있는 존재는 의미를 묻고, 응답하며, 끝내 사랑으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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