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봄, 감국 모종을 구입해서 화분에 심었습니다.
감국은 가을꽃이니 봄과 여름이라는 두 계절을 넘어 피는 꽃입니다. 그런데 지난 7일 입동이 지났음에도,
감국은 여전히 피어나고 있습니다. 아침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자, 감국의 향기는 더 진합니다.
계절마다 피어나는 꽃 중에서 ‘가을 꽃’은 향기가 깊습니다.
하나는, 다른 꽃보다 오랜 시간동안 꽃을 피우기 위해 인내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국화과의 꽃들은 한 송이처럼 보이는 꽃 속에 적어도 2~300송이의 참꽃을 피워내기 때문입니다.
국화과의 꽃들은 종을 대표하는 국화를 위시해서 코스모스, 쑥부쟁이, 해국, 감국, 산국 등 다양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꽃이라고 알고 있는 것은 사실 헛꽃이고,
중앙에 노란 꽃술처럼 보이는 부분에 수백송이 자잘한 꽃이 참꽃입니다.
생명력도 강해서 제주도 같은 남부지방에는 한 겨울에도 해안가 갯쑥부쟁이는 꽃을 피웁니다.
올해 감국을 가꾸면서 그들의 생명력에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식물의 줄기를 잘라주는 것을 ‘적심’이라고 합니다.
적심을 통해 식물의 높이도 조절하지만, 적심을 하면 한 줄기가 두 줄기가 되어 식물이 풍성해집니다.
웃자라지 않으면서 풍성해진 가지마다 그냥 둔 것보다 훨씬 많은 꽃을 피우는 것입니다.
저도 풍성한 꽃을 보려고 감국 적심을 했습니다.
그런데 자를 줄기가 너무 아까운 겁니다.
그래서 패드 병에 흙을 넣고 꽂아두기도 하고, 화분 빈 공간 여기저기에 잘라낸 줄기들을 꽂아두었습니다.
그런데 기적처럼, 잘라서 흙에 꽂아둔 줄기마다 뿌리를 내리고 독립적인 개체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가을이 깊어지자, 기어이 꽃을 피웠습니다.
잘린 줄기에서 새 생명이 피어나는 것을 보면서, 고난 중에도 인내하며 삶의 꽃을 피워내라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습니다.
그리고 꽃이 피어나는데 이러저런 종류의 감국이 피어납니다.
한 가지가 아니라 다양한 감국이 섞여있었던 것입니다.
노란 감국, 흰 감국, 미색감국, 소감국, 대감국 등등.
그런데 어느 날 아침 꽃향기를 맡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종류마다 향기가 달랐기때문입니다.
감국은 그냥 산국보다 달콤한 향기만 나는 줄 알았는데 자기들끼리도 저마다 다른 향기를 품고 있는 것입니다.
서로 다른 향기, 그러나 더불어 꽃향기, 여기서 더불어 삶의 지혜도 깨닫습니다.
입동이 지난 후에도 피어나는 감국,
오늘 예배를 마치고 돌아가시는 길에 눈맞춤을 하십시오.
그들도 반가워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