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눈에 끼었던
무명(無明)의 백태가 벗겨지며
나를 에워싼 만유일체(萬有一體)가
말씀임을 깨닫습니다.
노상 무심히 보아오던
손가락이 열 개인 것도
이적(異蹟)에나 접하듯
새삼 놀라웁고
창 밖 울타리 한구석
새로 피는 개나리꽃도
부활의 시범을 보는 듯
사뭇 황홀합니다.
(구상 – 말씀의 실상(實相) 일부)
*
시인은 무명의 백태가 벗겨지는 경험을 이후에 ‘마음의 눈을 뜨는 것’으로도 표현합니다.
이것을 종교적인 언어로 바꾸면 ‘새 사람’이 되었다고도 표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옛사람을 벗은 새 사람, 그 때가 아닌 이제를 사는 사람은
일상에서 만나는 모든 것을 통해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세미한 음성을 듣습니다.
당연하게 여기던 것이 이적처럼 느껴지고,
이런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니 작은 꽃 한 송이의 피어남을 보면서도 황홀경을 느끼는 것입니다.
무명의 백태를 벗어버리는 일,
마음의 눈을 뜨는 일은 저절로 이뤄지지 않습니다.
자기만의 골방에서
규칙적으로 묵상하고 기도하고 독서하는 시간과
그 시간에 깨달은 것을 삶으로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이뤄집니다.
‘눈뜸의 기적’을 완성하시는 분은 주님이십니다.
하지만,
눈을 뜨고 싶은 소망과 믿음이 그 기적의 단초가 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