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설교

칼럼

sea glass(바다 유리)

  • 관리자
  • 2024-06-09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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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바위가 수 백 년 간 쪼개지면 자갈이 되고, 자갈은 또 수 백 년 간 부서져 모래가 되고, 흙이 됩니다.
수 백 년이라고 표현했지만, 해변의 작은 모래들은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해변을 맨발로 걸어보신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유리 조각이나 쇳조각 같은 불순물이 없다면, 모래밭은 푹신푹신하고, 발 다칠 염려가 없습니다.
작은 모래 알갱이가 저마다 둥글기 때문입니다.
오랜 세월 동안 모나거나 날카로운 부분을 다 떨쳐냈기 때문에 모래는 부드러운 것입니다.
 

유리병과 사기그릇 같은 것들도 바다에 버려지면 파도와 모래에 휩쓸리면서 날카로움을 떨쳐버린 작은 조각들이 됩니다. 수 백 년은 아니고 몇 십 년이 지나면, 그 날카롭던 우리병과 사기그릇은 모래와는 또 다른 빛으로 빛납니다. 그것을 ‘바다유리(sea glass)’라고 하고, 최근에는 바다유리로 만든 소품들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제주도에는 알작지(몽돌)해안이 있습니다.
제주도의 화산석은 날카롭고 모나기 마련인데 그곳은 풍화작용이 활발한 지형인지 작은 몽돌로 해안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둥글고 검은 돌들은 매력적입니다만, 개인이 가져가거나 반출이 되지 않습니다.

그곳에는 바다유리가 제법 많습니다.
바다유리는 가져가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어느 날, 그곳에서 바다유리를 조금 주워와 사무실 창가 접시에 두었습니다.

6월이 되면서부터 새벽예배를 마치고 나면 아침 햇살이 사무실 창을 파고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그 햇살에 바다유리가 빛납니다. 스프레이로 물을 뿌려주면, 햇살에 빛나는 바다유리의 빛이 환상입니다. 
아침 햇살에 빛나는 그들을 보며 그 바다의 추억을 떠올립니다.

그들에게 파도 소리를 빼앗고 갈매기 울음소리를 빼앗은 일은 미안한 일이지만,
그들을 통해서 제주를 추억하고,
그들 안에 들어 있는 서사와 한결같은 단단함과 모나지 않은 모습 속에서 내 삶을 반추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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