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 하나가 온전히 익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꽃이 피고 지고 계절이 바뀌는 시간이 필요하고, 그것을 온전히 견디어 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제주 종달교회에서 목회를 할 때, 교회 돌담 곁에 석류나무 한 그루가 있었습니다.
바람이 많은 제주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꽃이 피어도 바람에 시달려 우수수 떨어집니다. 그러나 다 떨어지지는 않고, 어딘가에는 남아있던 꽃은 가을이 되면 기어이 익어갑니다. 기껏해야 서너 개요, 크기도 작고, 바람에 시달리느라 때깔도 별로입니다.
봄에 꽃이 피면 바람에 시달리다 우수수 떨어지지만, 남은 꽃들은 뜨거운 남도의 햇살을 품고 자라납니다. 뜨거운 여름 대략 열매의 형태를 갖추었을 즈음에 거센 비바람과 태풍으로 인해 또 떨어집니다. 가을이 오면 이파리에 가려 겨우겨우 서너 개 남은 열매는 보이지도 않습니다. 그러다 어느 가을 날, 잘 익은 석류가 벌어져 보석 같이 불은 속내를 드러냅니다.
과일가게에서 산 것 외에는 먹어본 적이 없었기에 사람의 손길이 거의 타지 않은 석류는 어떤 맛일까 궁금했습니다.
거뭇거뭇 못생긴 것들…
하지만, 지금까지도 그처럼 맛난 석류를 만나지 못했습니다.
좀 더 많이 열리길 바랐지만, 그곳에서 목회하는 동안 늘 그렇게 한 해에 서너 개씩만 익었습니다.
그때, 석류나무를 보면서 ‘천천히 자라는 나무’를 묵상했습니다.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 같은데, 어느 새 꽃을 피우고, 열매를 내고, 마침내 고목이 됩니다. 그리고 사람의 수명에 비하면 엄청나게 긴 삶을 살아갑니다. 그 비결은 때를 따라 천천히 자라는 것이겠지요.
‘나무는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때를 따라 자란다.’
그들을 통해서 주시는 한 마디 말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