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과 꽃 022 / 큰개불알풀꽃
[창세기 17:5]
이제 후로는 네 이름을 아브람이라 하지 아니하고 아브라함이라 하리니 이는 내가 너를 여러 민족의 아버지가 되게 함이니라
*
조금은 불경스러운 이름이지만, 열매가 익었을 때 그 모습을 보면 이름을 붙인 이유가 너무나 선명하게 드러나서 웃음이 나오는 꽃입니다. 어떤 분들은 예쁜 꽃인데 이름이 너무 불경스러우니 ‘봄까지꽃’이라고 불러주자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러나 저의 생각은 다릅니다.
들꽃의 이름은 그냥 지어진 것이 아니기 때믄입니다.
꽃의 모양이나 씨앗의 모양 혹은 약효나 식물의 냄새 등을 통해서 그 식물의 특성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이름을 붙여준 것입니다. 저는 꽃 이름을 알아갈 때마다 들꽃의 이름을 붙여준 분들의 눈썰미에 감탄을 합니다. ‘봄까지꽃’에서는 ‘봄까지만 꽃을 피우는 꽃’인가 싶지만, 봄이 지난 계절에도 종종 보이고, 이른 봄부터 양지바른 곳에 피어나기 때문에 그리 와닿지 않습니다. 그러나 ‘큰개알풀꽃’이라고 하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집니다. 열매를 보면 같은 종류의 ‘선개불알풀꽃’보다 훨씬 크고, 씨방은 여지없이 견공의 불알을 닮았습니다. 작지만, 비교대상보다 크니 ‘큰’자가 붙었고, 생김새를 따라 붙인 이름이니 조금 불경스러워도 참 재미있는 이름입니다. 우리가 들꽃의 이름을 예쁘게 불러준다고 더 사랑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성경에도 많은 이름이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직접 이름을 바꿔주신 경우도 많은데, 그들 모두가 이름값을 하면서 살았습니다.
옛날에는 액댐을 하려고 일부로 불경스러운 이름을 붙여준 경우가 있었습니다. 단순히 미신적인 것이라고 하면 그만이겠지만, ‘이름’이라는 것에는 뭔가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믿었던 것입니다. 흔히들 ‘이름값을 하고 살아야 한다’고 합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말도 있습니다. 이런 말들이 있는 것을 보면,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이름을 아주 중요하게 여겼던 민족인 셈이지요. 그러니 처음 이 꽃의 이름을 붙여준 분이 허투루 작명하진 않았겠지요.
요즘 이 꽃의 정명이 식물도감에서 뭐로 정해졌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의 본래 이름이었던 ‘큰개불알풀꽃’으로 그를 부를 것입니다.
그냥 그 이름이 더 정겹고, 그에게 걸맞은 이름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이제 곧 양지바른 곳에 큰개불알풀꽃은 신비한 파란색으로 피어날 것입니다.
그리고 이내 열매도 맺겠지요. 저는 그 이름 때문에 오히려 그를 더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볼 것입니다.
이제 곧 봄이 옵니다. 여러분들도 올 봄에는 큰개불알풀꽃 열매가 맺혔을 때 가만히 살펴보십시오.
왜 그 이름이 그렇게 붙여졌는지 고개를 끄덕이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