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과 꽃 020 / 반디지치
[누가복음서 1:79]
어둠 속과 죽음의 그늘 아래에 앉아 있는 사람들에게 빛을 비추게 하시고, 우리의 발을 평화의 길로 인도하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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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깊을수록 더욱 아름답게 빛나는 별이 있어 우리는 어두운 밤에도 길을 잃지 않습니다.
하늘에만 별이 있는 것이 아니라, 땅에도 작은 별꽃들이 있고, 하늘과 땅 사이를 날아다니는 아름다운 별, ‘반딧불이’도 있습니다. 하늘의 작은 별처럼, 날아다니는 반딧불이처럼, 보랏빛을 간직하고 해안가에 피어나는 ‘반디지치’가 있습니다.
그들이 있어 하늘 바라볼 틈도 없이 이 땅에 발 딛고 살아가는 이들이 길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별꽃이라는 이름이 붙은 작은 꽃은 물론이고, 작은 꽃들을 보면 유성이 떨어져 땅에 피워낸 작은 별들이 아닌가 싶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별 빛이 사람의 눈에 보이기까지 상상할 수 없는 신비의 시간이 존재하고 있듯이, 저 작은 꽃 한 송이가 피어났고, 그 꽃과 내가 눈맞춤 했다는 것은 신비한 기적 같은 일입니다.
우리의 삶을 가만 살펴보면 ‘기적’아닌 일은 없습니다. 단지 우리가 무감각하게 잊고 살아가는 것 뿐입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우리들의 수고와 무관하게 존재합니다. 저 바닷가에 피어난 반디지치를 위해서 내가 아무 일도 한 것이 없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수고와 무관하게 존재하는 것들은 모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것들입니다.
게다가 꼭 필요한 것은 공짜입니다. 햇살과 바람과 물, 공기...이런 것들은 모두 공짜입니다.
그런데 누구나 공짜로 누릴 수 있었던 것을 제국의 문명은 오염시켰고, 자본은 이것을 잉여의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지금은 생수 사 먹는 것을 당연하게 여깁니다. 그런데, 이런 맘몬의 질서를 최선인 듯 살아간다면, 곧이어 햇살이나 바람이나 공기도 돈을 주고 사야할 시대가 도래할지 모릅니다.
조금 어두운 이야긴가요?
그런데 사실, 진실은 불편하기 마련입니다. 거짓은 마약처럼 황홀하기도 하구요.
그렇지 않다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진실을 따라 살아갈 수 있었을 것입니다.
반디지치를 보면서 이런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빛은 반드시 커야만 하는 것이 아니다.
비춰야 할 그 순간에 빛으로 있으면 되는 법이다.
어둠이 깊을수록 바람이 세찰수록 빛으로 존재하는 것이 어렵겠지만,
빛이 의미 있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빛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빛으로 산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행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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