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과 꽃 010 /비파
[베드로전서 3:17]
하나님께서 바라시는 뜻이라면, 선을 행하다가 고난을 받는 것이, 악을 행하다가 고난을 받는 것보다 낫습니다.
칼바람이 실감나는 겨울입니다.
올해는 북극한파가 기승을 부리며, 코로나19로 우울한 우리의 마음을 아예 얼려버리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저기 남도에서는 겨울 초입에 피어나기 시작한 동백과 수선화, 팔손이나무, 사스레피나무, 오늘 소개해 드릴 비파라는 꽃이 맹추위 속에서도 피어나고 있을 것입니다.
겨울에 피어난 꽃들은 봄이 오기까지 겨울들판을 지켜줍니다. 그들을 바라보며 꽃에 대한 갈증을 풀고, 간혹 양지바른 곳에서 피어나는 바보 꽃들을 보면서 위로를 받습니다. 얼음새꽃으로도 불리는 복수초가 필 때까지만 기다리면 다시 봄꽃들의 행렬이 다시 시작됩니다. 각종 바람꽃들이 봄바람을 타고 숲 여기저기 피어나기 시작하면 봄은 샘물처럼 솟구쳐 오릅니다. 너무 빨리 솟구쳐 올라 차마 따라갈 수 없을 정도지요.
매서운 칼바람이 차가운 겨울 날 밤 서울에 사는 어떤 분이 전화를 주셨습니다.
제주도의 겨울 꽃에 대해서 알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동백과 수선화는 물론이요 바보 꽃들까지 통틀어서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그런데 그 분이 찾는 것은 ‘비파’라는 이름을 가진 꽃이었습니다.
“비파?”
전화를 끊고 식물도감을 찾아보니 과연 있습니다.
열매가 비파(琵琶)라는 악기를 닮았으며, 이파리는 잘 말려서 차로도 먹는다고 합니다. 나중 이야기지만, 비파열매는 아주 달콤하고, 이파리를 차로 달여 마시면, 은은한 색감이 아주 좋습니다.
아무튼 도감을 보니, 멀지않은 곳에서 본 듯했습니다.
바로 옆집 돌담에 너머 뜰에 심겨진 나무였습니다. 꽃이 11월부터 피기 시작한다고 소개되어있으니 한번 확인해 볼 필요가 있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얼른 옆집으로 가서 비파나무를 바라보았습니다. 세상에, 그 추운 겨울 옹기종기 솜털 옷을 입고 꽃봉오리들이 나뭇가지마다 가득합니다. 하나 둘 피어나는 하얀 꽃들의 꽃잎에도 마치 목도리를 두른 듯 솜털로 추위를 막으며 수줍은 듯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그 존재를 알지 못했을 때에는 보이지도 않던 꽃이 비로소 보입니다. 허긴, 상상도 안했죠. 한 겨울에 꽃이 피어날 것이라고는. 상상을 하지 않으니 있어도 보이지 않은 것입니다.
열매는 6월, 여름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무렵에 노랗게 익습니다. 열매가 갈증을 없애주는데 그만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옛날에는 제주도의 돌담 밭 근처에는 비파나무가 많았었다고 합니다. 한 겨울의 추위를 담아 핀 꽃, 그 꽃에서 맺힌 열매니 시원한 것은 당연한 것이겠다 생각도 듭니다.
한 겨울에 피어나는 꽃, 고난 속에서 피어나지만, 그 고난은 부끄러운 고난이 아닙니다. 우리도 살다보면 고난 중에 처할 때가 있습니다. 그때,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봐야 합니다. 그 고난이 나의 욕심으로 인한 것인지, 선한 일을 위한 것인지 말입니다. 선한 일을 위해 기꺼이 고난 중에 거할 줄 아는 용기 있는 삶을 사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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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Ja1tPdkLB_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