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설교

칼럼

나무의 겨울나기

  • 관리자
  • 2023-11-12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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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입동(立冬)이 지났습니다.
아직 모든 것이 다 끝난 것은 아닌 달(인디언의 11월 달력)’이라는 말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옵니다. 11월을 어떻게 갈무리하고 새해 계획을 세우는지에 따라 올해와 내년의 삶의 내용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입동을 전후해서 기온이 뚝 떨어지고 바람이 불었습니다.
목양실 건너편 은행나무의 노랗던 잎도 다 떨어지고 앙상한 가지만 남았습니다.
그제야 비로소 드는 생각 ‘아, 나무가 겨울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구나.’

도심 콘크리트 네모상자 안에 갇혀 살다보니
계절의 변화는 물론이고,
철따라 변해가며 두런두런 삶의 지혜를 들려주는 자연의 소리를 듣지 못합니다.

앙상한 은행나무를 바라보며 묵상합니다. 

월동준비를 하는 나무는 더는 물을 빨아들이지 않고 최소한의 물만 남겨두고 몸을 비워야만 합니다.
이파리가 남아있으면 광합성작용으로 물을 빨아올리게 되니 이파리를 떨어뜨려야만 합니다.
제 힘으로만은 다할 수 없으니 바람이 도와주었고, 세차게 내린 비가 도와주었습니다.

나무줄기에 물을 많이 머금고 겨울을 맞이하면 추위에 물관이 얼면 팽창되어 물관이 터질 수밖에 없습니다.
겨울에는 알 수 없지만,
봄이 와서 물을 힘차게 빨아올린 시기가 되면 터진 물관은 물을 빨아올리지 못합니다.
나무는 몸에 남은 소량의 물로 버티다가 결국에는 죽음을 맞이합니다.
그래서 나무의 겨울나기 비장무기는 ‘비움’입니다.
 

사람도 월동준비를 합니다.
그러나 나무처럼 비움으로 월동준비를 하는 것이 아니라 쟁여가며 준비를 합니다.
나약한 인간이기에 나무처럼 월동준비를 할 수는 없겠지요.
그러나 몸이 둔할 정도로, 정신이 둔할 정도로 필요이상의 것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겠습니다.

또, 그것이 정말 나를 자유롭게 하는 것인지도 말입니다.
그것들이 오히려 나를 부리는 것은 아닌지 월동준비를 하며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비우며 겨울나기를 준비하는 나무에게서 '비움의 철학'을 배웁니다.
내년 봄, 연록의 이파리는 또 얼마나 예쁠까 벌써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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