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강림후 열두 번째주일(20230820)
틈새 식물의 위로
마태복음 6:25~34

요즘 우리 사회에서는 희망적인 소식보다 암울한 소식들이 많이 들려옵니다.
이런 시대를 살아가면서 마음을 지키며 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주신 말씀대로 ‘세상의 염려를 내려놓고 하나님 나라를 구하며 살아가자’고 마음을 먹지만, 세상 소식을 듣다보면 염려와 근심을 넘어서 두려움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그렇다고 세상 소식에 귀 닫고 살아갈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요즘 저는 여러분을 생각할 때마다 빌립보서 1장 10, 11절의 바울의 기도를 떠올리며 여러분을 위해 기도합니다.
“한남교회에 속한 모든 교우들이 선한 것을 분간할 줄 알게 해 주십시오. 그리하여 순수하고 흠 없이 그리스도의 날에 이르고, 예수님을 통한 의의 열매가 가득하게 되어 하나님께 영광과 찬송을 돌리게 하십시오.”
세상 소식에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선한 것을 분별하여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삶을 사는 여러분 되길 축복합니다.
■ 마음지킴, 깨어있음

혼탁한 세상 속에서 마음을 지키며 산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쉽지 않기 때문에 마음을 지키며 사는 일은 좁은 길이요, 좁은 길이기에 기쁨의 길이요, 생명의 길입니다. 깨어있다는 것은 ‘지금 이 순간’을 제대로 살아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2세기 초기의 교부 이레네우스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살아 있는 인간이 하나님의 영광이며, 하나님을 보는 것이 인간의 생명이다. 이것은 영원한 현재인 지금 여기에서 인간이 하나님을 보는 은총을 누리는 것이다. 이 은총은 주일 혹은 안식일이나 회당에서만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의 삶에 집중하며 마음을 다해 성심껏 살아가면 맛볼 수 있는 것이다. 하나님은 지금 여기에 계시기 때문이다.”
교우 여러분, 깨어 있으셔서, 마음을 지키셔서 지금 여기에서 선한 것을 분별하여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삶을 사는 여러분 되길 축복합니다.
■틈새 식물

‘틈새 식물’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는지요?
간혹 식물이 자기 자리가 아닌 의외의 곳에서 발견될 때가 있습니다. 높은 건물 난간에서 흔들리거나 아스팔트 갈라진 틈을 비집고 나오는 식물을 보셨을 겁니다. 어떤 초록식물은 빛이라고는 하나도 들어오지 않는 동굴에서도 자랍니다.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는 틈새식물은 잡초로 알려진 종들이 많지만, 간혹 나무나 원예종 꽃들도 의외의 장소에서 발견됩니다.
이 식물들은 강한 돌풍이나, 지나가는 새들의 소화작용이나 빗물 등에 의해 원래 있어야할 곳을 이탈해서 낯선 장소에 착륙해 뿌리를 내립니다. 이들은 지붕의 홈통이나 보도 블럭 사이, 암벽의 작은 틈에도 정착합니다.
■틈새 식물 – 덩굴해란초

우리 교회 주변에도 틈새식물이 제법 많습니다. 오늘 교회에 오시면서 보신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그중에 하나가 '덩굴해란초'라는 식물입니다. 이 식물은 사연이 있는 식물입니다.
코로나 이전에 권사님들과 인천으로 성지순례나들이를 간 적이 있습니다.
맥아더 동상이 있는 공원 즈음의 골목길 벽 틈에서 싱싱하게 자라는 식물을 만났습니다. 저도 처음 보는 식물이었고, 틈새에서 저렇게 잘 자란다면 옮겨 심어도 잘 자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조금 뽑아왔는데 저는 실패를 해서 다 죽였습니다. 그런데 김영희 권사님이 화분에 잘 가꾸셔서 번식을 시켰다며 씨앗을 받아오셨습니다.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씨앗을 화분에 뿌려두었는데, 그 다음해부터 교회주변 여기저기에 덩굴해란초가 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김영희 권사님은 하나님 품에 안기셨지만, 저는 덩굴해란초를 보면 밝고 따스했던 김영희 권사님을 떠올립니다. 제게 덩굴해란초는 김영희 권사님과의 추억을 이어주는 끈입니다.
그런데 이번 종교탐방을 간 길에 마르틴루터가 피신했던 비텐부르크성, 칼뱅이 어린 시절 다녔던 교회, 종교탐방을 하며 들렀던 천 년 이상 된 교회와 건물 틈 사이에 어김없이 피어있는 덩굴해란초를 만났습니다. 저는 이 꽃을 보면서 김영희 권사님도 떠올렸지만, ‘한남교회는 종교개혁자들의 전통에 바로 서라.’는 하나님의 계시로 생각했습니다. 한남교회에서 함께 예배하시는 모든 분들이 한남교회를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교회로 만들어가는 선한 청지기가 되길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하나님의 편지

어떤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라는 틈새식물, 척박해도, 모든 조건이 다 갖춰져 있지 않아도, 그래서 온전하게 자신을 피워낼 수 없는 상황에서도 절대로 포기하지 않고 자라는 틈새식물, 그러다가 도저히 안 되면 기꺼이 말라죽는 틈새 식물을 보면서는 저는 틈새식물은 하나님의 편지라고 생각했습니다. 틈새 식물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틈새식물은 그런 상황 속에서도 항상 기뻐했고, 척박함으로 쉬지 않고 기도할 수밖에 없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지 않고 살아 있음을 감사했겠구나. 틈새식물이야말로 하나님의 뜻을 온 몸으로 살아냈구나.’
여러분,
하나님께서 보내신 편지는 우리의 일상 속에 차고 넘칩니다.
그 편지는 ‘마음의 눈을 뜬’ 이들에게만 보이는 편지입니다. 또한, 고린도후서 3장 3절에 “너희는 우리로 말미암아 나타난 그리스도의 편지니 이는 먹으로 쓴 것이 아니요 오직 살아 계신 하나님의 영으로 쓴 것이며 또 돌판에 쓴 것이 아니요 오직 육의 마음 판에 쓴 것이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우리의 삶 도처에 있는 하나님의 편지를 읽으시는 맑은 눈을 지키시고, 또한, 여러분께서 아름다운 하나님의 편지처럼 살아가시길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틈새 식물의 지혜

어떤 식물은 전략적으로 틈새를 이용합니다.
질겅이 같은 식물이 그렇습니다. 식물의 최종 목표는 종족을 번식시키는 씨앗을 만드는 일에 있고, 영역의 확장을 위해 이동해야만 합니다. 씨앗이 익으면 갈고리 모양으로 들짐승들의 털뿐 아니라 우마차의 바퀴, 심지어는 사람들이 신고 다니는 신발에 박혀서 이동합니다. 한참 붙어서 여기저기 끌려 다니다 보면 갈고리가 부러지거나 닳아 없어지면 그곳에 떨어져 새로운 삶을 살아갑니다. 질겅이가 동물의 이동로나 길가에 많은 이유입니다. 질겅이의 이파리에는 그물 같은 심줄이 들어있어서 밟혀도 잎이 짓무르지 않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러니까 질겅이는 이뤄야할 목적을 위해 고난을 기꺼이 감내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의 체질을 목적에 맞게 바꿔가는 것입니다. ‘목적이 이끄는 삶’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의 삶이 너무 목적에만 치중되어 현재의 삶을 투명인간처럼 만들지 않는다면, 분명한 목적과 그것을 이루기 위한 인내는 반드시 필요한 것입니다. 여러분, 틈새 식물의 지혜를 배우십시오. 그들은 풍족한 중에서 마음껏 피어나는 것이 아니라, 열악한 중에서도 인내하여 자기를 피워내는 것입니다. 로마서 5정 4절의 “인내는 연단을, 연단은 소망을 이루는 줄 앎이로다”하는 말씀이 여러분 삶이 임하시길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틈새 식물의 위로

말씀을 정리하겠습니다.
첫째, 삶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찾으시길 바랍니다.
이방인의 염려인 먹고, 마시고, 입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는 것에 있습니다. 하나님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는 이들은 염려와 근심과 걱정에 빠져 살지 않습니다. 세상에 살면서 누가 염려와 근심과 두려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겠느냐고 하지만, ‘지금 여기’에 몰입하면 그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심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가 걱정하는 것 중에서 정말로 걱정해야하는 것은 3% 정도에 불과하고, 그것은 우리가 걱정해도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합니다. 삶의 본질을 분명히 찾아 몰입하는 삶을 살아가시는 여러분 되길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둘째, 먼저 자신이 자신의 희망이 되길 바랍니다.
누군가의 희망이 되려면 먼저 자신이 희망이 되어야 합니다. 이웃을 사랑하려면, 먼저 자신을 사랑해야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자기를 사랑하지 않으면서, 자기 안에는 희망이 없으면서 사랑을 말하고 희망을 말하는 것은 위선이요, 기만입니다. 먼저, 자기를 사랑하고, 스스로에게 희망이 되길 바랍니다. 그때 우리도 틈새 식물처럼 그저 피어나기만 해도 누군가에게 위로를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셋째, 지금 여기에 집중하십시오.
자랑스러운 일이든 아니든 지나 간 일에 연연하지 마시고,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기대나 염려를 버리십시오. 우리에게는 ‘지금 여기’가 있을 뿐입니다. 지금 여기를 제대로 살아가는 것이 소망의 삶입니다. ‘이렇게 살면 하나님 나라에 갈 수 있다’가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깨어 있으시고 마음을 지키셔서 지금 여기에서 하나님 나라를 살아가시는 여러분이시길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아멘.

[거둠 기도]
틈새 식물을 통하여 우리를 위로 하시는 하나님,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수많은 하나님의 편지를 읽을 수 있는 마음의 눈을 뜨게 하옵소서. 우리의 삶이 늘 하나님을 향하므로, 하나님께서 기꺼이 우리 삶의 도움이 되는 복된 삶을 살아가게 하소서. 주님, 우리의 눈이 세상의 근심과 염려에 사로잡히지 말게 하시고, 우리의 삶이 이방인의 염려만을 추구하는 삶에 매몰되지 않도록 인도하여 주옵소서. 우리에게 주신 ‘지금 여기의 삶’을 잘 살아감으로 하나님 나라를 맛보며 살아가는 복을 누리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하옵나이다. 아멘.
틈새 식물의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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