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430 부활절 네 번째 주일
Du bist bei Mir
시편 23:1~6

오늘 함께 예배하시는 모든 분들의 삶에 선한 목자이신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 오늘은 시편 중에서 최고의 시라고도 할 수 있는 시편 23편의 말씀을 통해서 말씀을 나누고자 합니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설교를 해왔지만, 독일어로 제목을 붙인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습니다.
안도현 시인의 <가슴으로도 쓰고 손끝으로도 써라>라는 책에서 ‘제목은 시쓰기의 처음이자 마지막이다’라는 글이 있습니다. 현란한 제목으로 독자를 현혹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제목과 내용이 서로 견인하고, 제목 안에 시의 주제에 관한 은근한 암시가 들어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글을 읽고 설교제목도 다르지 않을 터인데, 그동안 설교제목을 너무 상투적으로 정한 것이 아닌가 하는 반성을 했습니다.
시편 23편은 너무 익숙해서 오히려 수박겉핥기처럼 읽혀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특별한 제목을 붙이면, 좀 더 오래 기억에 남지 않을까 싶어 독일어 제목을 붙인 것입니다. Du는 You, bist는 sein동사로 Du bist는 “너는 ~이다”라는 뜻입니다. bei는 전치사로 ‘~에’라는 뜻이고, mir는 주격 ich의 ‘나’라는 뜻의 여격입니다. 그래서 직역하면, ‘당신은 나에게 있습니다.’이고, 이 문장은 시편 23편 4절의 ‘주님께서 나와 함께 계시다’라는 뜻입니다.
18세기 독일의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는 현대철학의 초석을 놓은 사람입니다. 칸트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나는 일생 동안 참 훌륭하고 좋은 책을 많이 읽었지만, 시편 23편에 나오는 네 단어보다 내 마음을 더 기쁘게 해 준 말을 발견한 적이 없습니다. 그것은 ‘Du bist bei Mir- 주님께서 나와 함께 계시다-’입니다.”
그리고 감리교의 창시자인 요한 웨슬리는 임종할 때 ‘가장 좋은 것은 임마누엘 하나님’이라고 했습니다. 제가 코로나로 말씀을 전하지 못했을 때, 저희 교회에 오셔서 설교하신 유원규 목사님께서 시편23편의 말씀을 전해 주실 때 “여호와께서는 나의 목자시니 이거면 되지 뭐가 더 필요한가?”라는 설교제목에 관한 예화를 들려주신 것도 기억하실 것입니다.
‘임마누엘 하나님! Du bist bei Mir’, 선한 목자이신 주님께서 오늘 예배하는 모든 분들과 임마누엘하시고, 임마누엘 하나님으로 인해 어떤 상황에서도 풍성한 삶으로 나아가는 분들 되길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나의 목자’라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의 목자라고 하지 마시고, 너의 목자인 것으로 위안 삼지 마시기 바랍니다.
하나님은 누구의 목자가 아니라 ‘나의 목자’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나에게 끊임없이 관심을 두고 계시고, 나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시고, 나를 눈동자처럼 지켜주셔야 나의 삶이 풍성해 집니다. 내 삶이 풍성해져야 ‘곳간에서 인심 나듯’, 이웃에게로 하나님의 사랑을 전할 수 있는 것입니다. 기독교는 이웃사랑의 종교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자신을 도외시하고 이웃사랑만 하는 종교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모든 사랑은 나를 사랑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입니다. 나로 시작해서 공동체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역대기상 4장 10절의 ‘야베스의 기도’를 보십시오.
“야베스가 이스라엘 하나님께 "나에게 복에 복을 더하여 주시고, 나의 영토를 넓혀 주시고, 주의 손으로 나를 도우시어 불행을 막아 주시고, 고통을 받지 않게 하여 주십시오" 하고 간구하였더니, 하나님께서 그가 구한 것을 이루어 주셨다.”
나에게 복을, 나의 영토를, 나를 도우시어...이런 기도가 결코 이기적인 기도가 아닙니다. 오늘날의 기도는 자신을 위해 기도하는 것을 무슨 초보적인 신앙인 것처럼,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는 기도만 해야 하는 것으로 호도된 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 자신을 위해서 기도해야합니다. 그리고 하나님이 ‘나의 목자’이실 때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하나님을 나의 목자로 삼고 살아가시길 바랍니다.
시인은 지금 어떤 상황인데 부족함이 없다고 할까요?
모든 것이 완벽해서가 아닙니다. 시를 통해서 알 수 있는 것은 ‘죽음의 어두운 골짜기를 걸어가는 상황(4)’이요, ‘원수들이 조롱하며 자신을 죽이려고 쫓아다니는(5)’ 상황입니다. 결핍투성이 삶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인은 부족함이 없다고 고백합니다. 신명기 2장 7절을 보면 모세가 광야 40년을 회상하며 이렇게 기도합니다.
“주 너희의 하나님이 너희가 하는 모든 일에 복을 내려 주시고, 이 넓은 광야를 지나는 길에서, 너희를 보살펴 주셨으며, 지난 사십 년 동안 주 너희의 하나님이 너희와 함께 계셨으므로, 너희에게는 부족한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여러분, 광야 40년 동안 부족한 것이 왜 없었겠습니까? 백성들의 반역으로 죽을 만큼 괴롭기까지 했고, 먹을 것과 마실 것도 부족했습니다. 그러나 모세는 부족한 것이 하나도 없었다고 고백합니다. 모세는 감사의 렌즈를 끼고 광야 40년을 돌아보는 것입니다. 욕망의 렌즈로보면 부족한 것 투성이지만, 감사의 렌즈로 보니 부족함이 없는 것입니다. 여러분, 감사의 렌즈를 끼십시오.
선한 목자이신 하나님은 당신의 백성들이 살아갈 필요를 얻는 일에 무관심한 분이 아니십니다. 오히려 앞서서 푸른 초장과 맑은 물을 찾으시고 인도하시는 분이십니다. 우리가 생존의 문제에 짓눌리거나, 삶의 문제로 힘겨워할 때에 사람다운 삶의 품위를 벗어나지 않도록 우리를 인도하시는 분이십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지대한 관심이 있으신 분이십니다. 이거면 되었지, 뭐가 더 필요합니까?
선한 목자이신 하나님께서는 우리들을 자비와 사랑으로 기르십니다. 그리고 기르실 때에 주도면밀하게 빈틈없이 준비하십니다. 이것을 오경웅의 <시편사색>에서는 ‘인육’으로 표현합니다. 사람고기가 아닙니다. 어질 인(仁)과 기를 육(育)입니다. 이런 마음으로 우리를 기르시며 푸른 풀밭으로 맑은 물가로 인도하십니다.
여러분, 푸른 풀밭으로 인도하려면 목자는 먼저 답사를 해야 합니다.
맑은 물가로 인도하려면, 먼저 흐르는 물을 돌로 막아 양들이 겁먹지 않고 물을 마실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해야 합니다. 양은 시력이 안 좋다고 합니다. 그래서 많은 부분 청력에 의존하는데, 물소리를 두려워한답니다. 그래서 양은 물 흐름이 없는 잔잔한 물가가 아니면 물을 먹을 수 없습니다. 그러니 개울이나 계곡 같은 곳으로 양을 인도해서 물을 먹이려면 목자는 미리 돌을 쌓아 물 흐름을 조절해야하고, 그 과정에서 생긴 부유물이 가라앉아야 하니 양이 푸른 초장에서 풀을 뜯을 때 미리 잔잔한 물을 준비해야 합니다.
이런 하나님을 의지하십시오.
이런 하나님을 의지하지 않고, 문을 통하지 않고 담장 넘어 들어온 이들의 사설에 휘둘린다면 우리의 영혼은 길을 잃고 사망의 길을 걸어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 푸른 초장과 잔잔한 물가

그렇다면 오늘 날, 우리를 자비와 사랑으로 기르시기 위해 안내하시는 푸른 초장과 잔잔한 물가는 어디일까요? 주님의 몸 된 교회입니다. 교회는 위험사회에 살며 불안을 강요당하고 있는 이들에게 푸른 초장과 잔잔한 물가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 한남교회는 돌아봐야 합니다. 푸른 초장인지 잔잔한 물이 풍성한 교회인지 말입니다. 이런 교회는 목사 혼자서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모든 공동체 구성원들이 받은바 은사를 통해 서로 협력하므로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로마서 8장 28절을 보십시오.
“우리는 하나님을 사랑하는 사람들, 곧 하나님의 뜻대로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에게는, 모든 일이 서로 협력해서 선을 이룬다는 것을 압니다.”
그렇습니다.
하나님께서는 한남교회가 푸른 초장이 되고, 잔잔한 물가가 되길 원하십니다. 그 일을 위해 68년 전에 이곳에 교회를 세우신 것입니다. 우리는 그 초장을 가꾸고, 잔잔한 물가로 만들어가는 사명을 맡은 청지기들입니다. 그 사명을 잘 감당하셔서, 선한 목자이신 하나님과 임마누엘 하시는 복을 누리시기 바랍니다.
말씀을 정리하겠습니다.
시인은 지금 어렵지 않아서 이런 고백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죽음의 골짜기를 걷고 있지만, 원수들이 면전에서 조롱하지만, 선한 목자이신 하나님을 신뢰하고 있는 것입니다. 어쩔줄 몰라 방황할 때일수록 임마누엘 목자이신 하나님을 의지해야 합니다. 그것이 지혜로운 삶입니다.
임마누엘 함께 하시는 선한 목자 하나님에 대한 확신은 우리를 모든 불안으로부터 해방시켜 주시는 원동력입니다. 살다 보면 어려울 때도 있고, 힘들 때도 있지만 결국, 주님께서 잔칫상을 차려주실 것입니다. 오늘 함께 예배하신 모든 분들이 그런 복을 누리시길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거둠 기도]
임마누엘, 선한 목자이신 하나님!
우리의 삶이 때론 흔들려서 어쩔 줄 몰라 방황할 때가 있습니다. 하오나, 우리 마음속에 임마누엘 하나님, 선한 목자이신 주님을 깊게 새겨 흔들이지 않는 믿음의 길을 걸어가게 하옵소서. 또한, 주님의 몸인 한남교회를 푸른 초장과 잔잔한 물가로 만들어가는 교우들에게 한없는 복을 주시어, 이 교회가 주님의 아름다운 목장이 되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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