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강림후열셋째주일
교회력 : 왕상 3:3-14 / 시편 111 / 엡 5:15-20 / 요 6:51-58
지혜로운 삶을 살자
한 주간, 편안하셨습니까? 한 주간이 길게 느껴지셨습니까, 짧게 느껴지셨습니까?
‘뇌과학’에서 밝힌 ‘기억’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 드리면서 말씀을 나누겠습니다.
어릴 적에는 시간이 잘 안 가는 것 같은데, 나이가 들면 시간이 엄청나게 빨리 가는 것 같이 느껴지는 이유에 대해서 연구를 해보니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었습니다. 어릴 적에는 대부분 처음으로 경험하는 일이다 보니 모두가 다 새로운 이벤트입니다. 그래서 새로운 이벤트를 하나하나 기억시켜 뇌에 저장하려고 하다 보니 시간이 긴 것처럼 느껴진다고 합니다. 그런데 나이 들면 반복되는 일들이 생기게 됩니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반복되는 일이 많아집니다. 이렇게 새로운 이벤트 없이 같은 일이 반복되니까 기억창고에 넣을 필요가 없습니다. 결국, 기억할 일이 줄어들고 압축되니까 실제적 체감 시간이 짧아진다는 것입니다. 여행을 가면 하루가 길게 느껴집니다. 왜냐하면, 여행지에서의 경험과 추억과 기억이 많아지니까 길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여행 끝에 여행이 짧게 느껴지는 이유는 어제와 같은 여행을 하기 때문입니다.
이 연구를 통해서 가늠할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결국, 우리가 느끼고 경험하는 시간은 물리적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시간을 얼마나 의미 있고 소중하게 보내느냐에 따라 짧은 시간에도 영원한 영생을 맛볼 수 있는 것입니다.
■ 교회력 본문
오늘은 교회력 본문으로 말씀을 준비했는데, 시간관계상 다 읽지 못하고 ‘열왕기상’의 본문만 읽었습니다. 병행 본문은 시편 11편, 에베소서 5:15-20, 요한복음 6:51-58절의 말씀입니다. 이 본문의 말씀에서 오늘 제가 관심을 두고 전해 드리고자 하는 중요한 단어 혹은 구절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1)열왕기상 : 솔로몬이 지혜를 구하다.
(2)시편 :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다. 여호와는 자기를 경외하는 자에게 양식을 주신다.
(3)에베소서 : 지혜 있는 자와 같이하여 세월을 아끼라.
(4) 요한복음 :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있는 떡이니 내 살과 피를 먹으면 영생의 삶을 산다.
이것을 정리해 보면, 이렇습니다.
지혜의 근본은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며, 이런 지혜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하나님께서 양식을 주시는 데 그 양식은 예수의 살과 피며, 이 양식을 먹고 영생을 얻은 사람은 세월을 아끼는 삶을 살아간다.
■ 교회력 본문 분석
모두 설명할 수는 구약과 서신서의 본문에 나오는 것 중에서, 오해하고 있는 개념 하나를 설명하고 서신서에서 오늘 설교의 주제가 되는 ‘지혜로운 삶’과 관련된 구절을 분석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본문들은 결론 부분에서 종합해서 정리하겠습니다.
먼저, 열왕기상에 나오는 ‘일천번제’에 관한 것입니다. 어떤 교회에서는 ‘일천번제헌금’항목을 만들어서 일정 금액을 정해놓고 천 번 헌금하면 기도가 이뤄진다고 현혹합니다. 이것은 마치, 성경의 뜻도 이해하지 못할 뿐 아니라 이해할 생각도 없으면서 사십 독을 하면, 혹은 백 독을 하거나, 성경 필사를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마치면 소원이 성취된다는 식의 ‘무속신앙’과 다르지 않습니다. 솔로몬이 드린 ‘일천번제’는 1천 번의 제사를 드린 것이 아니라. 1천 마리의 생축을 한 번에 태운 제사를 가리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아무리 좋은 의도로 시작되었더라도 한국교회의 ‘일천번제’는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성경 말씀을 왜곡할 뿐 아니라, 신앙을 무속화하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세월을 아끼라”는 에베소의 말씀에서 ‘세월’이 ‘시간이나 날’을 의미하는 단어가 아니라 ‘기회(opportunity)’라는 단어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유진 피터슨 목사는 <메시지>에서 이 구절을 “기회가 올 때마다 그 기회를 선용하십시오.”라고 번역했습니다. 인생을 살아가는 누구에게나 기회의 시간은 몇 번 온다고 합니다. 지혜 있는 사람은 그 ‘기회의 시간’을 잡지만, 기회의 시간임을 볼 수 있는 안목을 갖지 못한 사람은 기회의 시간이 지금 바로 눈앞에 있어도 잡지 않고 버린다고 합니다. 기회를 잡으려면 안목이 있어야 하는데, 이 안목이라는 것이 ‘지혜’와 연결이 되는 것입니다.
■ 기회를 선용한다는 것
“세월을 아끼라”는 말씀이 “기회를 선용하라”는 의미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헬라어의 의미는 ‘장터에서 값을 주고 건져내다’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이 본문에 대해 <헬라어 원문주석성경>의 저자 고영민 목사는 “마치 좋은 물건을 사고 대가를 지불할 때처럼 기회를 잘 포착하고 시간을 아껴서 신속하게 지불해서 그 물건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 지혜”라고 풀이를 했습니다.
서점에 가면 책이 많습니다. 그런데 그 책이 다 내 것이 아니라 내가 돈 주고 산 것만 내 책이 됩니다. 그리고 그 책을 소유했다고 내 책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책을 읽고 묵상을 해야만 비로소 내 책이 됩니다. 책을 살 때 아무 책이나 사지 않습니다. 읽을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것만 삽니다. 책을 고르는 안목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김동호 목사에게 손주가 있는데 “100원만!”이 입에 붙었답니다. 그런데 어느 날 “100원만!”하는데 100원짜리가 없어서 500원을 주었답니다. 어리둥절해하는 손주를 보면서 웃으니까, 손주는 할아버지가 자기를 시험하는 줄 알고 500원짜리 동전을 던져 버리고, “100원만!”하더랍니다. 돈의 가치를 모르니까, 그러는 것이죠. 저는 이 이야기를 듣고 하나님께서 주신 기회의 가치를 알지 못해서, 안목이 없어서 그냥 던져버리는 일은 없는지 돌아보았습니다. 기회를 선용하려면 지혜가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세월을 아끼라”는 말씀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입니다.
■ 하나님께서 주신 양식
시편의 말씀에서 하나님은 ‘자기를 경외하는 자에게 양식을 주신’다고 하셨습니다. 그 양식의 현현은 요한복음에서 ‘말씀이 육신이 되신 예수님’이십니다. 그리하여 예수님은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있는 떡이니 이 떡을 먹으면 영생하리라”고 하신 것입니다. 예수님의 살과 피는 참된 양식이며, 참된 음료로 이 양식을 먹어야지만, 영생을 얻으며, 그 영생의 양식인 예수로 말미암아 사는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육의 몸을 입고 이 땅에 오신 사건은 무엇을 의미합니까? 카이로스의 시간을 살던 하나님이 크로노스의 시간에 들어왔다는 의미입니다. 카이로스의 시간은 하나님의 시간, 영원의 시간이요, 곡선의 시간이요, 크로노스의 시간은 인간의 시간이요, 직선의 시간입니다. 카이로스의 시간을 살던 하나님이 크로노스의 시간에 오셨다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왜 오셨습니까? 이 땅 ‘크로노스의 시간’이 전부인 것으로 알고 사는 인간에게 ‘카이로스의 시간’ 즉 ‘영생’의 시간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시고, 카이로스의 시간을 선물로 주시기 위해서 오신 것입니다. 그러므로 ‘세월을 아끼라’는 말씀은, 지금 크로노스의 시간에 오시어 살과 피를 양식으로 주시며 카이로스의 시간으로 초대하시는 기회를 포착하라는 말씀입니다. 그것이 지혜로운 삶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세월을 아끼라는 말씀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라는 경구가 아니라, 예수님을 통해서 하나님 나라를 경험하고, 안목을 높여, 참된 가치가 무엇인지 알라는 말씀입니다.
■ 지혜로운 삶
지혜로운 삶을 구하는 솔로몬에게 하나님은 덤으로 구하지 않은 부귀와 영광과 장수하는 복을 주셨습니다. 그러나 말년에 지혜가 흐릿해져서 결혼 동맹을 추구한 결과로 이방의 우상이 들어오는 계기를 만들었고, 신앙의 혼합주의를 초래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사치스러운 왕궁을 짓고자 군사력을 의지하는 정책을 펼쳤습니다. 결국, 자녀 교육도 제대로 하지 못한 결과로 사후에 왕국이 둘로 분열되었습니다. 지혜의 왕 솔로몬의 비극은 ‘지혜가 흐려져서’ 하나님 아닌 다른 것을 의지하면서부터 시작된 것입니다.
에베소서는 끊임없이 지혜로운 삶을 살아가라고 요구하면서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합니다.
첫째, 생각 없이 살지 말라는 것입니다. 주의 뜻이 무엇인지 이해하기 위해서 힘쓰라는 것입니다(5:17). 둘째, 술 취하지 말라(5:18)고 합니다. 술을 먹지 말라는 금주 명령이라기보다는 과음을 하면, 정상적인 판단이 흐려짐으로 술뿐만 아니라 우리의 판단력을 흐리게 하는 모든 것을 가리킨다고 보는 것이 합당하겠습니다. 마약도 여기에 해당하겠고, 가짜 뉴스 같은 것도 여기에 포함되겠지요. 셋째, 성령으로 충만함을 받아, 마음을 모아 하나님을 찬양하며, 항상 아버지 하나님께 감사(5:20)하라고 권면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런 일을 함에서 ‘피자 복종하라(5:21)고 합니다. 이것은 지혜로운 삶은 개인적인 영역에서만이 아니라 공동체적인 영역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 지혜로운 삶을 살자
오늘의 말씀을 정리하겠습니다.
그리스도인의 행복은 하나님 안에서 늘 새롭게 거듭나면서 성화되는 과정을 통해서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늘 과거의 신앙적인 경험에 머물러 있으면 반복되는 일이 많아지면서 시간이 짧게 느껴지는 것처럼 살아가게 됩니다. 세월을 아끼는 것이 아니라 낭비하는 것이지요.
지혜의 근본은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입니다. 이런 삶을 살아가면, 하나님께서는 선물로 예수 그리스도의 살과 피를 양식으로 주십니다. 이 양식을 먹는 이들 안에서 그리스도께서 살아 역사하심으로 인간의 시간 크로노스를 벗어나 하나님의 시간 카이로스를 살아감으로 세월을 아끼게 되는 것입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하나님께서 주신 ‘기회의 시간’을 보는 안목을 갖추게 됩니다. 그런 안목을 가진 사람을 지혜 있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안목있는 사람은 지금 여기 크로노스의 시간에 오셔서 일하시는 예수님을 봅니다. 예수님께서 계신 곳이 어딘지 알고, 그가 하시고자 하는 일에 동참합니다.
이런 지혜를 가지고 살아가시는 여러분 되시길 바랍니다.
(김민수 목사)